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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제 결실 맺자” 김 위원장 “더 빠른 걸음, 더 큰 성과”

입력 2018-09-19 04:05:0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남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세 번째)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맨 오른쪽)이 배석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적은 방명록.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현직 대통령으로는 11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동시에 논의하는 릴레이 회담에 돌입했다. 양 정상은 2박3일 일정 동안 수차례 공식·비공식 만남을 갖고 의제별 대응 방안에 대한 패키지 합의 도출을 시도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 위원장과 방북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걸 느낀다”며 “또 큰 성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남(남북) 관계, 조·미(북·미) 관계가 좋아졌다. 역사적인 조·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며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됐다”며 지난 1년을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다섯 달 만에 세 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 그리고 그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며 “이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내를 오다보니 놀랍게 발전돼 있어 놀랐다”며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과 환담하고 “우리가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며 “우리 사이에 신뢰와 우정이 쌓였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는 마음으로 또 우리가 올해 이룩한 성과만큼 빠른 속도로 더 큰 성과를 바라는 게 우리 인민의 마음”이라며 “우리가 더 빠른 걸음으로 더 큰 성과를 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최소한의 배석자만 동석한 가운데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해법을 논의했다. 또 4·27 판문점 선언에 명기됐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단계를 실행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 자체는 수용 가능한 부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및 미사일 실험장 폐쇄, ‘6·12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따른 미군 유해 송환 등 여러 절차를 이행한 상황이어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명분은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남북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도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로 하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 합의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이 추가 비핵화 조치를 단행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방북을 준비하면서 한·미 간 물 샐 틈 없는 소통체제를 이어왔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연내 종전선언 도출을 위한 로드맵을 논의하고, 이를 위해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달 말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고, 하반기 다자외교 무대나 별도 회동을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선언을 하는 구상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관계 개선 부분에 있어서는 남북 경협 문제도 거론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전달한 바 있고, 이번 방북에서도 신경제구상의 큰 틀 안에서 경협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서 노동당 본부청사 앞에서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문 대통령은 청사 로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중 김 위원장에게 “악수 한번 하자”고 청하기도 했다. 방명록에는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라고 썼다.

강준구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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