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 걸음을 멈추고 대형 스크린 앞에 선 시민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모습을 드러내자 서울광장과 광화문 등의 대형 스크린 앞 인파는 크게 늘었다. 문 대통령과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포옹하는 장면에선 박수를 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기념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픈카에 동승해 카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에선 웃음을 짓거나 감격해 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시민들은 문 대통령의 방북이 진전 없는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확실히 정착되길 기대했다. 김성아(49)씨는 “광화문 근처에 사는데 아침에 청와대 주변에서 헬기 소리를 들으며 ‘저분(대통령)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며 “유신을 겪고 어릴 때부터 전쟁 위협 속에서 살았는데 아이 셋의 엄마로서 내 아이들은 그런 걱정 없이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쟁 걱정만 했지 대통령이 북한에 갈 줄은 몰랐다”며 “역시 사람은 나라든 집안이든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야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한편에는 ‘한반도 평화 기원 사진전’도 마련됐다. 이복만(77)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함께 노랗게 칠해진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사진을 보며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가서 기대가 크다. 같은 민족인데 빨리 통일이 돼서 남북한을 왔다 갔다 하면 좋겠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는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대화를 나눠 화제가 된 ‘도보다리’가 재연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기념촬영하던 장모(50)씨는 “남북 정상이 악수하고서 한참을 얘기하더라. 두 사람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며 “이대로 4차, 5차 정상회담까지 이어져서 한반도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마음 졸이며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보던 김태영(18)씨는 “4·27 회담 때는 정말 많이 놀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때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비핵화와 통일이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지금은 그때의 기대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합실 맨 앞줄에서 정상회담 중계를 보던 김유인(77)씨는 “첫 회담 때만 해도 ‘야 이제 비핵화랑 통일이 되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긴가민가하고 걱정스런 마음이 크다”면서도 “세 번째로 만나는 건데 한반도 문제가 잘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