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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신호 울리면 바로 달릴 수 있게” 산업은행 ‘북한판 개발금융’ 그림

입력 2018-09-20 04:05:01




“출발 신호가 울리면 바로 달릴 수 있게 대비해야죠.”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해빙무드’가 확산된 18일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대북 제재라는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지만, 향후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지 남북 경제협력 ‘시즌2’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방북단에 포함되면서 경협 자금지원 방식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금융지원 방안 등을 놓고 남북 간에 포괄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다. 산업은행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른바 ‘북한판 개발금융’이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이달 초에 ‘사전 학습’ 차원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단둥 일대를 다녀왔다. 산업은행은 지난 7월 인사에서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경협 역량도 강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 경협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었다. 그는 “남북 경협은 국내 금융기관 한두 곳이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해외 금융기관, 국제금융기구와 협업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다른 국책은행도 ‘경협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을 수탁 운용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은 기금 수탁 노하우와 해외 인프라프로젝트 지원 노하우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올해 초 북한·동북아연구센터장에 경협 지원 경험이 있는 손승호 센터장을 앉혔다. 전체 인력도 10명 규모로 늘렸다.

IBK기업은행은 사내 경제연구소 안에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했다. 중소기업이 경협에 참여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국책은행 내부에서도 신중론은 여전하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 등으로 대북 제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현재 시점에서 지나치게 앞서나가서는 안 된다”며 “대북 제재 완화 추이를 봐가며 차분히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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