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 전문가가 북한 비핵화 협상 방식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거북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토끼’에 각각 비유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외교를 위해 꾸준히 진력하는 스타일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N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의 협상 스타일을 비교한 조지 로페스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의 발언을 전했다. 로페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토끼로 비유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불안정한 약속과 거창한 선언을 바탕으로 한 속도전을 통해 외교 레이스에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거북이와 같다”면서 “문 대통령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가면서 디테일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또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키 드라이버(key driver)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성과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추천된다면 문 대통령일 것이라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국장도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현재 두 개의 외교 트랙이 나란히 작동하고 있다”며 “하나는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 평화 트랙이고, 또 하나는 미국이 이끄는 비핵화 트랙인데, 지금까지는 평화 트랙이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NBC방송은 문 대통령이 비핵화보다는 남북 관계 진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봤다. 핵 정책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문 대통령은 북한의 무장해제 여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정도의 점수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 내 조야에 문 대통령에 대한 찬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방송은 한·미 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전했다.
방송은 또 한·미 양국이 비핵화 협상에 있어 현재까지 큰 충돌 없이 무난하게 협력해 왔으나 신속한 결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과 점진적 발전을 바라는 문 대통령의 기대 사이에서 한·미 관계가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 “그가 당장 비행기를 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부와는 각 급에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