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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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출산이 축복인 사회

입력 2018-09-12 04:05:02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출산을 국가 성장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자는 취지까지 싸잡아 비난할 건 아닌 것 같다. 신생아 1인당 출산장려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고 20년간 매월 33만원씩 총 1억원을 지원하자는 제안인데 실행된다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언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건 김 원내대표의 몫이다.

저출산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라는 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1970년대엔 한 해 신생아 수가 100만명을 넘었는데 2000년대에는 40만명대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35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면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급감해 국가는 활력을 잃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40대 직장 여성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적인 자녀 수로 2명 이상을 꼽은 응답자가 82.5%나 됐다. 그런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자녀 수로는 평균 1.2명을 꼽았다. 아이를 2명 이상 낳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된다는 걸 토로한 것이다. 그들은 현실적 제약으로 소득 및 고용 불안, 사교육비 부담, 일·생활의 양립이 어려운 업무 환경, 주거비 및 보육 부담 등을 들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부모에게 지나치게 쏠리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요원하다. 출산이 여성과 가정에도 축복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수당과 교육비 지원을 늘리고 질 좋은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보육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하는 건 기본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복귀해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가 이런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여름 딸을 낳은 저신다 아던(38) 뉴질랜드 총리가 유급 출산휴가를 6주간 다녀왔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일이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출산율 걱정은 접어 둬도 될 것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위협인가. 정말 공감한다면 재정 지원을 확대하든,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감한 정책 전환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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