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선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은 데 대해 낙관론과 경계론이 교차하고 있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를 긍정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자극할 의도가 없음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미국은 북한의 ICBM에 매우 민감하다. ICBM은 핵탄두를 실어 미 본토를 공격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운반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북한의 의도를 ‘저자세 행보(low profile)’로 풀이했다. 북한은 ICBM을 열병식에서 빼면서 당분간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깰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조심스러운 스탠스가 꽉 막힌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WP는 또 이런 북한의 행보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도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미 언론들은 열병식에서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반미 구호가 사라진 것도 북한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런 북한을 가장 반긴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트위터에 “김 위원장.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북한의 크고, 매우 긍정적인 성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두 사람의 대화처럼 좋은 것은 없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을 다시 표현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북한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주장도 빠지지 않는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단지 ICBM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무기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분석 자료들은 북한의 핵 연구·개발 활동은 계속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상원의장과의 면담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일방적 조치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제재 완화 등이 없이는 비핵화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