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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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넘어 전달된 김정은 친서, 트럼프 “아주 멋지다” 연발

입력 2018-09-10 04:05:01


북한과 미국 정상 간 ‘친서 외교’가 재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서신 교환이 꽉 막힌 비핵화 국면을 뚫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두 정상 간 친서 외교는 실무라인의 복잡한 절차를 뛰어넘어 문제를 단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정상이 ‘원샷’ 합의만 도출해낼 수 있다면 위에서 밑으로 지시가 전달되는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는 것이다.

미 CNN방송은 8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지난 6일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 이 서한은 국경에서 전달됐다”고 말했다.

DMZ나 국경으로 언급된 장소는 판문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확한 전달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6일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을 갖고 친서를 미국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 언론들은 인도 파키스탄 등을 방문하고 귀국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친서를 받았거나 곧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크게 반겼다. 그는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친서 전달은 통신기기가 생기기 전에 활용됐던 품격 있는 방식”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멋지다. 아주 멋지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핵 리스트 신고와 관련해 진전된 입장을 담았을 경우 비핵화 협상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선언 합의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노스다코타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서한이 오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남측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미가 큰 선물이다. 단기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미국 내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첫 임기 내 비핵화가 현실화된다면 재선 가도에 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은 공개된 것을 기준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CNN방송 등은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 친서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서나 밀서가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비밀리에 보낸 서한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번 친서에 대해서도 봉투를 뜯어보기 전에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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