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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일 뚝, 강수량 쑥…한반도 ‘아열대’ 변신?

입력 2018-09-03 18:10:01


전문가 “이전과는 다른 패턴”
2040년 홍수 사망 최대 1.8배…한국, 가장 피해 큰 지역 지목
중·장기적 대비책 마련 절실


가장 강하고 길었던 폭염,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 이렇게 유난스러웠던 날씨는 올여름에만 국한된 현상일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일시적이 아닌 기후 변화의 큰 흐름으로 진단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상 변화도 제시한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량은 증가하는데 강수일은 줄어든 형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열대지방의 스콜처럼 비의 집중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이어 단기간 누적 강수량 500㎜ 내외의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뀐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속단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놨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3일 “우리나라가 아직 아열대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 다른 강수 패턴이 최근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강수 패턴은 1980년대 이전에는 6월 말∼7월 말 1차 장마와 8월 중순∼9월 중순의 2차 장마 사이 간격이 20일 정도였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보름 이내로 줄었고,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줄어 지금은 간격이 거의 없다.

허 교수는 “중위도 기후였던 우리나라에 폭우와 폭염 등 열대기후 특성, 겨울철 한파 등 한랭기후 특성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며 “명확하게 특정 기후로 변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폭염과 폭우의 강도가 더해진 까닭, 즉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꼽힌다. 기온이 계속 높아지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40년에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1.5도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했고, 유럽합동연구센터는 이때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지금보다 1.7∼1.83배(9700∼1만400명), 재산 피해는 연간 약 143조원에서 487조원으로 3.4배가량 늘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한국을 인도, 이집트, 아일랜드와 함께 홍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로 지목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같은 극한 기온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고 강도도 세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우나 폭설을 피하기 위한 배수시설 및 제설작업 등 꼼꼼한 방재 대책을 구현하고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대비한 국가적·지역적 중장기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우균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기후 변화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절감해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발생을 줄이고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 감소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3일에도 서울 등 전국 곳곳에 폭우가 내렸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에 241.5㎜, 전남 고흥에 138.0㎜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4일까지 중부지방에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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