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손’도 두손 번쩍… 씁쓸한 올드보이 전성시대

입력 2018-09-03 04:10:01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두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해찬·김병준·정동영 이어 71세 손학규도 노익장 과시
정계에 세대교체 실패 우려, 안정형 리더십 필요 시각도… 여야 간 협치 기대감도 상승


손학규(71)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가 2일 당선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에 ‘올드보이 전성시대’가 본격화됐다. 이해찬(66)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64)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65) 민주평화당 대표 등 국회를 구성하는 원내 주요 4당의 대표가 모두 10여년 전 당정청의 중심에 있었던 인사들이다.

이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고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정 대표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손 대표는 그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각각 지냈다. 이·손·정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정치권 전면 복귀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국 정치가 결국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반면, 여야 정당들이 각자 처한 상황 때문에 노련한 리더십이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올드보이의 귀환은 정당에 새로운 인재풀이 충원되고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구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당정치의 실패”라고 말했다. 올드보이의 재등판이 유권자들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 세대교체를 더디게 해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일부 후보들이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지만 경륜을 앞세운 손 대표의 대세론을 넘지는 못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결국은 여야 40, 50대 젊은 정치인들의 역량 부족이 올드보이의 귀환 계기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여당은 문재인정부 중반기를 잘 관리해야 하고, 야당은 지지율 부진으로 당의 존망이 걸려 있다 보니 여야 모두 새로운 리더십보다는 경륜 있는 안정형 지도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 대표도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나이는 많지만 정치에 들어온 이래 항상 정치 개혁의 입장에서 변화가 없었다”며 “개혁 의지, 새 정치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 여부에 따라 올드보이가 될 수도, 골드보이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들이 모두 노무현정부 시절 여권에 몸담았던 전력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보수 정권 시절 전면에 나섰던 인사들이 위축된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활동했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대표들이 비슷한 세대이고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여야 간 협치가 다른 때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