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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체계 무력화” vs “국가가 양심 보호”… 입영 거부 ‘정당한 사유’ 공방

입력 2018-08-31 04:05:01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병주 기자


대법원이 종교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법적 처벌 대상인지 최종판단하기에 앞서 30일 공개 변론을 열었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지 2개월 만이다. 현재 계류 중인 병역거부 재판의 사법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는 만큼 향후 선고 결과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이 각각 정당한 사유 없이 현역 입영을 거부하거나 예비군 훈련소집에 불응한 혐의(병역법·예비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집중 심리했다.

주요 쟁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예비군법상 입영·예비군 훈련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2004년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법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시했었다.

검찰은 “입영 거부를 처벌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는 천재지변·교통사고 등 객관적 사유에 한정돼야 한다”고 했다.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는 주관적 이유로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검찰은 대체복무제가 없는 채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지 않으면 형평성에 대한 불만 여론 때문에 기존 병역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검찰 측 참고인인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혜가 되지 않게 할 합리적 대체복무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체복무제 입법 시한(2019년 12월 31일) 전의 공백기 동안 무작정 무죄 선고를 내릴 경우 대체복무 없이 병역 의무를 피할 수 있게 돼 사회적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의미다.

변호인 측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 선고를 내려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피고인들은 무죄를 받더라도 대체복무하겠다고 의사표시했다”며 “단순 병역기피자와 구별된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형평성의 문제는 강도를 높여 대체복무를 설계하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6월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대체복무제 도입 전이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 선고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 참고인 신기훈 송무팀장은 “대체복무제 도입 시 무죄 선고자에 대해서도 경과규정을 둬서 병역의무를 다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국방부·대한변호사협회 등 각계 의견과 공개 변론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선고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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