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자존심 센 의조, 뭔가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나봐요”

입력 2018-08-17 04:05:01
황의조(오른쪽)가 지난 5월 시즌 중 잠시 귀국했을 때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아버지 황동주씨, 가운데가 형 의철씨. 황동주씨 제공


한국과 바레인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이 열린 15일 밤.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아버지 황동주(56)씨는 세종시 자택에서 TV를 통해 아들이 출전한 경기를 봤다. 전반이 끝났을 때 황의조는 이미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팀의 6대 0 대승에 큰 힘을 보탰다. 뛸 듯이 기뻤겠지만 황씨는 그저 “잘할 거라 믿고 있었다. 스스로 잘 이겨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무덤덤히 말할 뿐이었다.

황의조는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일본프로축구 J1리그에서 13골(컵대회 포함)을 뽑아낸 발끝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어느 정도 지워냈다. 황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의 활약이 좋아 믿고 기다렸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번 대표팀 선발 당시 황의조는 ‘뜨거운 감자’였다. 김학범 감독과의 과거 사제 인연으로 인해 ‘인맥 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황씨는 “프로라면 (이 같은 논란을)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팬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긴장하지 않고 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황씨는 주변의 미덥지 않은 시선에 경직된 아들의 모습을 안쓰러워 하는 부성애도 내비쳤다. 아들과 항상 친구처럼 지내왔던 터였기에 아들의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황씨는 “다른 것보다도 그라운드에서 (아들이) 흔들릴까봐 걱정이 됐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신뢰받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묵묵히 지켜보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 여겨 대회 직전 별다른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본 축구선수 황의조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의조는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면 눈이 뒤집어지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소개한 황의조의 학창시절 일화 하나. 황의조가 하루는 감독에게 크게 혼나고 전반이 끝난 뒤 곧바로 교체됐다. 황씨는 “아들이 이후 이를 악물고 뛰면서 매 경기 골을 넣더라”고 했다. 이어 “어제 경기를 보니 아들이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뭔가 보여주겠다고 결심한 듯 의욕적으로 뛰는 게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황씨가 팬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다. “의조뿐 아니라 우리 축구선수들을 좀 더 북돋워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하는 것이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