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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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백년가게 필요조건

입력 2018-07-24 04:05:02


달포 전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육성 사업을 하나 내놨다. ‘백년기업’ 육성책이다. 지난달 19일 발표하고 소상인과 소기업을 대상으로 11월 말까지 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30년 넘게 영업하는 도소매 점포나 음식점들 중에 성장잠재력을 확인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지원한다는 것이다. 1970∼80년대 격동의 시기부터 지금까지 특성을 지켜온 자영업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백년가게는 지역 명소로는 물론 생태계 조성·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년상인 희망자, 청년몰 입점 예정자 등 청년들의 기술 전수와 창업과도 연계시킨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100여개를, 2022년까지 총 1300곳을 선정한다고 한다. 현재 응모한 30개 정도 업체에 대한 서류평가와 현장평가 진행 후 이달 말 1차적으로 백년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유사한 육성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의 롤 모델을 선정해 육성하는 서울시의 ‘서울상인’, 장수소공인(長壽小工人)을 백년장인(匠人)으로 육성하는 부산시 ‘백년장인’ 등등이다.

핵심은 영업 환경의 안정성인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소상공인들의 창업은 평균 수명 3.7년에 5년 이상 생존율이 27.5% 정도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러니 100년 이상 존속 가게는 90여 개에 불과하다. 일본은 2만20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꼽는다. 소상공인 임차인을 5년밖에 보호 못해서다. 일본에는 임차인을 기본 30년간 보호하는 강력한 차지차가법(借地借家·1991년 제정)과 정기차지차가법(定期借地借家·2000년 제정)이 있다. 게다가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급진전되는 상황이다. 끝없이 오르는 건물 임대료에 한국 자영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백년가게 육성 사업도 안정적인 상가건물 임차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중기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 소상공인 보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크게 반발하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방안에도 들어있다. 이 정도 개선으로 중기부의 백년가게가 탄생할지 확신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 된다면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사업이나 정책들은 공허할 뿐이다. 관련 개정법안 20여개를 방치하고 있는 국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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