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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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대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입력 2018-07-24 04:05:02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지식을 외우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창의력, 컴퓨팅 사고력, 반성적 성찰 등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도 학교 교육에 대한 다양한 교육정책을 제시하면서 지난해부터 초등학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됐다. 2020년까지 초·중·고 모든 학년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새 교육과정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과 ‘학습 경험의 질 개선을 통한 행복한 학습의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는 어떤 인재를 기를 것인가, 미래사회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살게 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본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시의적절하고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이전의 교육과정에서도 문서에 나타난 지향점은 꽤나 그럴듯하게 제시돼 왔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구현하고자 하는 인간상, 교실 수업의 변화 등이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왔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아마도 긍정적이라고 답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바가 학교 현장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한데, 새 교육과정은 몇 가지 측면에서 과거 구호로만 그쳤던 교육과정과 뚜렷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우선, 새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12년간의 초·중등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6가지 ‘핵심 역량’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학교 교육이 과거의 지식 암기나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이것은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새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 역량을 ‘지식 전달과 암기만으로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이다. 동시에 기존의 교실수업을 바꾸자는 선언이기도 하다. 더욱이 핵심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토론, 토의, 실험, 탐구활동 등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강조한 것은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전략이자,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적절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새 교육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교사 연수 등을 살펴봐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긍정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최근의 교사 연수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에 따라 강사가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연수 내용을 전달하는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 대신 교사가 직접 수업을 설계하고, 강사가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과 함께 이를 분석하며, 보완점을 찾아 더 나은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등 ‘교사 참여 중심 연수’로 거듭나고 있다.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을 현장에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연수 방향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공동체를 조직하여 좋은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발전적 측면에서 학교 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학교 현장의 풍경은 과거 하향식 교육정책의 일방적 추진에서 탈피해 그야말로 아래로부터, 현장으로부터 학교 교육의 변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새 교육과정에 따라 좋은 수업을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들이 교실에서 실행되고 적용된다면 이로 인한 수혜자는 결국 학생일 것이다. 또한 수업의 변화는 지식을 머리에 쌓아 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실제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아이들이 길러진다는 의미이며,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위한 교육적 토대를 굳건하게 다지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대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미래를 위해 거창한 준비를 서두르기보다, 학교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다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근원적 힘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고대혁 경인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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