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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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배병우] 자동화 업체의 대박이 말하는 것

입력 2018-07-20 04:05:01


코스닥시장 상장 업체 중 케이씨에스가 있다. 무인민원발급기와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무인정보단말기)가 주 사업이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8350원으로 결정된 뒤 처음 증시가 개장한 지난 15일 이 회사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사흘간 49%나 올랐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9%나 오르면서 인력을 대체하는 키오스크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데 기대로만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패스트푸드 매장 두 곳 중 한 곳이 무인주문·계산대 설치 매장이다. 업계는 앞 다퉈 이를 늘리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요즘 외식·유통업계의 관심은 온통 아르바이트 줄이는 무인기기 설치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오스크를 설치하면 매장 1곳당 파트타임 직원 1.5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케이씨에스의 실적을 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축 폭을 가늠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79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영업이익은 30배나 폭증했다. 운전자가 직접 주유하고 결제하는 셀프 주유소도 가늠자다. 지난 2016년 3월 전국의 셀프 주유소는 2156곳으로 전체의 17.2%였다. 2017년 3월에는 2302곳, 18.4%로 약간 늘었다. 지난 18일 현재 셀프 주유소는 3055곳, 26.2%로 껑충 뛰었다. 1년3개월여 만에 셀프 주유소 비중이 7.8% 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과거에 비해 증가 속도가 5배 정도 빨라졌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가 얼마나 급격한지 보여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셀프 주유소 확산의 방아쇠가 됐다.

자동화로 인해 최저임금의 역설이 강화되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실증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그레이스 로건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사람 대 기계: 자동화 가능 산업에서 최저임금의 충격’을 보면 최저임금이 1달러 인상되면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이 0.43% 감소한다. 제조업에서는 0.99% 감소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또 다른 축인 근로시간 단축도 공장자동화(FA)를 촉진시켜 인력을 오히려 감축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면 최대 19만3000명이 새로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이 가동률을 맞추기 위해 새로 사람을 뽑을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가 올 초 발표한 ‘로봇화를 강화하는 요인들: 고용, 근로시간과 임금의 상호작용’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사례를 실증분석한 결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추가 고용 창출보다는 로봇화를 촉진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비용이 증가해 기업은 자본을 투입해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그런데 현재처럼 자동화와 로봇화의 비용이 낮으면 로봇으로의 대체 효과가 추가로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분위기도 이 논문의 결론에 힘을 실어준다.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도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가능한 모든 생산라인을 자동화한 뒤 외국인 근로자나 저임 여성 노동으로 공장을 겨우 운영한다. 2년 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인력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다. 중기 경영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인건비가 싼 해외로 기업을 이전하거나 자동화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고용이 느는 게 아니라 기존의 취업자마저 해고될 수 있다. 중기 경영자들에게 근로시간이 줄면 자연히 고용이 늘 거라는 정부의 주장은 탁상공론 그 자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드러나는 최대 결함 중 하나는 산업 현장에 대한 무지다. 기술의 세계와 가치사슬로 연결된 글로벌 생산체제에 대한 이해가 없다. 급속한 기술 발달로 최저임금의 상승이 걷잡을 수 없는 자동화를 초래할 수 있고 해외 이전이 기업의 옵션 중 하나라는 생각이 없다. 고등수학이 필요한 산업 4.0 시대에 이 정부는 초등학교 산수로 정책을 짜고 있다.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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