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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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트럼프가 부러워하는 김정은

입력 2018-06-22 04:05: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강력한 지도자”라며 “그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일어나 차려 자세로 주의를 기울인다”며 “우리 사람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미국 언론은 독재자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대통령이 가난한 북한의 통치자를 부러워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김 위원장 일가만큼 신격화된 통치자는 없다. 절대복종 대상이며 최고 존엄이다.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유지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보와 권력의 독점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당이나 각 부처의 모든 정보가 김 위원장에게 모인다. 부처 간 횡적인 정보 공유나 협의, 유출을 금지하고 김 위원장에게 직보하는 체제다. 김 위원장 외에는 어떤 부서든 특정 사안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이런 구조가 김 위원장을 모르는 게 없는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든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이 어느 음악단의 연주를 들은 뒤 악기 구성이 이러저러하니 바꿔보라고 현지지도를 한다. 김 위원장이 사전에 서기실로부터 보고 받은 사실을 모르는 음악단 관계자들은 어떻게 저런 것까지 알까 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층 규모 건물을 쓰고 있는 서기실은 이런 시스템을 지탱하면서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실세 조직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조직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중앙당 간부들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는 완전한 금지구역이다. 서기실장인 김창선은 국무위원회 부장에 불과한데도 지난 1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장관급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손짓으로 불러 뭔가를 지시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독재 기질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부러워할 걸 부러워해야지….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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