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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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상고법원이 뭐길래

입력 2018-06-08 05:05:0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도입하려고 했던 상고법원이 도대체 뭐길래 요즘 이런 난리가 났느냐는 얘기가 많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 맡기 위해 새로 도입하려는 법원을 말한다. 일반 사건은 대법관이 아닌 일반 법관들로 구성된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이 맡는다. 선진국 등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지만 양 전 대법원장뿐 아니라 김명수 현 대법원장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도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파동으로 상고법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 음험한 거래 대상으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앞으로 대법원이 법 지식과 논리를 총동원해 도입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국민들은 저의를 의심할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청와대와 법무부, 정치권을 상대로 부적절한 빅딜을 시도하고, 반대하는 판사 뒷조사까지 하면서 한사코 도입하려 했다. 이는 상고법원 도입이 문제가 많고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정한 뒷거래를 통해 바람직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경우는 세상에 결단코 없다.

더구나 상고법원은 위헌 논란이 있다. 법원은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하고, 최종심은 대법원이 맡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아닌 각급법원에 불과한 상고법원이 최종심을 맡는다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으로 밀려드는 사건이 많아 대법관들의 업무가 과다해지고 재판이 늦어진다면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많은 법조인들이 말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소수정예 카르텔을 고수하면서 ‘하청법원’을 따로 두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양승태 대법원의 부적절한 빅딜 시도로 사법부의 권위가 추락했다. 양승태 대법원이 대법관을 증원하면 진보성향 판사까지 대법관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대목에서는 논리의 저급함마저 느껴진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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