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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강준영] 북·미 정상회담과 중국

입력 2018-06-04 05:05:03


한반도 평화의 운명을 가늠할 북·미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개최 여부를 두고 반전을 거듭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성사를 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더불어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에게 전달한 친서에는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 천명과 함께 회담 성사를 희망하는 북한의 입장이 포함됐을 것이다.

올 초부터 북·미 간 중재에 애썼던 한국 정부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전격적인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린 점은 적어도 새로운 한반도 갈등 관리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회담 성사가 북핵 문제 해결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비핵화 추진 핵심 사안인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여전히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이 방안은 단계별 조치에 대한 보상을 교환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다. 얼마 전 이란 핵협정을 파기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이를 실패한 비핵화 모델로 간주하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위 ‘트럼프식 북핵 해결 방식’이 있음을 강조한다. 아마도 ‘단계적 조치를 염두에 둔 일괄 타결’ 즉 선 핵 포기 선언과 기존 핵의 폐기나 국외 반출, 강화된 사찰이 포함된 신속한 비핵화 추진일 것이다. 여전히 기존 핵무기 폐기와 핵시설 폐쇄, 핵물질 제거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출발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은 북핵 폐기와 김정은 체제 안전 보장을 교환하는 협상의 출발점이다. 이제 겨우 이견을 보였던 비핵화 방식을 사전 조율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에 불과하다. 김정은의 목표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완전히 해소하면서 경제 보상이나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종전 선언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불가침 협정 체결, 종국적으로는 북·미 수교까지 연결돼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미국이 제시한 CVIG(G:guarantee)는 바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한 체제 보장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회담 문건에 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계속 협상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협상 중에는 추가 대북제재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문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비핵화의 개념과 방식을 두고 우여곡절을 겪었고 사찰 방식이나 검증 등도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체제 및 안전 보장의 개념과 목표를 둘러싼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는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 문제는 결코 싱가포르 회담 의제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지만 이는 향후 동북아 세력 균형과 직결되는 또 다른 핵심 문제다. 게다가 북·중·러 대 한·미·일 간의 전통적인 구조적 갈등 재연 소지도 크다.

특히 중국은 한국전 휴전협정의 조인 당사국으로 종전 선언에서부터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임을 누차 천명해 왔다. 주한미군에 대한 대중 견제 우려도 여전하다. ‘북한 안전에 대한 합리적 우려’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대미 협상 속도에 영향을 끼치려는 정황도 감지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김 위원장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그 일단이다. 중국 입장 역시 복잡하다. 북·미 회담 성공이 중국의 대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영향력 감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양측의 신뢰 구축이 최우선이지만 관련국들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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