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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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널, 널문리, 판문교… 그리고 판문점

입력 2018-06-02 05:05:03


판문점(板門店). 군사분계선상 동서 800m, 남북 500m 정도의 장방형(長方形, 직사각형) 공동경비구역(JSA)입니다. 오래전 이 마을 임진강에 판자 다리인 판문교(板門橋)가 놓여 있어 ‘널문리’로 불렸다 합니다. 1951년 콩밭이던 널문리로 휴전회담장이 개성에서 옮겨오면서 한자를 쓰는 ‘중공군’을 위해 ‘板門店’이라고 했는데, 그게 굳어졌다지요.

널은 ‘판판하고 넓게 켠 나뭇조각(板)’을 이르는 말입니다. ‘널빤지’이지요. 널빤지는 ‘널판자’ ‘널판지’를 거쳤는데 사실 겹쳐진 말입니다. 널에 ‘판잣집’ ‘판자촌’ 등의 판자(板子)가 붙은 것으로, 널에 똑같은 뜻인 빤지(판자, 판지)가 더해진 꼴입니다.

널빤지 중간에 볏단 같은 것을 괴고 양쪽에서 뛰며 노는 ‘널뛰기’에도 널이 들었네요. 널은 시신을 담는 관(棺)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도 ‘널 棺’이라고 예시한 부분이 있지요. 조선시대 역사 편찬을 맡아 초고를 쓰는 사관이 사초(史草, 실록의 원고)를 넣어 두던 궤도 널이라 했는데, 크기가 棺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널빤지뿐 아니라 널빤지로 만든 기다란 궤짝도 널이라 했던 것이지요.

요새 ‘널문리’에서 큰일들이 벌어지고, 나라 안팎 상황이 널뛰듯 해서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중심을 잘 잡으면 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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