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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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드라마는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18-05-28 05:10:03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내외 정세를 보면 이보다 더 쫄깃쫄깃한 드라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북·미의 정치적 언어 갈등,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 북·미 회담의 재개 가능성 등은 한 편의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만 같다.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본편은 기대 이상과 이하의 반전이 있고, 때로는 대본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감동과 미스터리의 씨줄과 날줄로 엮인 드라마의 후반부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뜬금없지만 놀라운 장면을 기다리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4년 전 중단됐던, 평양을 무대로 한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을 준비 중이다. 당시 썼던 글을 보니 오해와 무지 속에서 북한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소설을 쓰고 있다. 그 사이 북한 연구논문과 책이 많이 나왔고, 블로그와 북한 동향 뉴스 사이트 등은 우리가 보고 있던 북한의 모습이 한정된 프레임에 갇힌 것이었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했다. 여전히 억압적 체제가 가진 부조리함이 많겠지만 많은 북한 주민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반려견과 산책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 미국·유럽 상품들을 소비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삶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체제 선전용이라는 혐의가 깨끗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작가적 흥미를 끄는 것은 북한의 과학환상소설에 대한 것이다. 과학기술 장려와 SF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이 상당히 많은 걸 여러 논문을 통해 알게 됐다. 군사적 야욕과 체제 수호를 위한 기획에서 장려했겠지만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주제, 내용과 표현에서 SF적 배경과 용어들의 사용은 놀랄 만하다. 북한의 과학환상소설 탐구는 계속될 것 같다. 이번에 쓰고 있는 소설 역시 북한의 미래과학자거리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나의 드라마와 현실의 드라마는 다를 것이다. 남북의 드라마는 몇 차례의 시즌으로 이어질 것이다. 드라마의 사이사이 과학적이고 문학적인 상상력이 빛나기를 바란다.

김태용(소설가·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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