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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6·12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입력 2018-05-25 00:3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보낸 편지.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 있던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김 위원장에게 통보했다. 백악관은 발송 직후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北 최근 성명에 “적대적 행위 金, 마음 바뀌면 연락해달라”
남북관계 악영향… 北 도발 가능성 靑, NSC 긴급 소집 대책 논의
백악관 “북·미회담 여전히 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24일(현지시간) 밝혔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이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폭파시켜 폐기했다. 북·미의 발걸음이 정반대 방향으로 엇갈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5개월간 순항했던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 기류는 결정적인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블룸버그와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편지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언과 성명들은)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행위”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비판한 뒤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날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북한은 북한의 핵 능력을 얘기하지만 우리의 핵 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절대로 쓰일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고 적었다. 그는 다만 “김 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전화나 편지를 해 달라”고 여지를 남겼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북·미 회담의 희망은 여전히 있다”고 밝혀 향후 회담이 재추진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당분간 북한 비핵화 및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일방적 회담 취소와 경제 제재 강화에 반발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하는 등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11시3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회담 취소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12년간 북한 핵 개발의 핵심 장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핵실험장 폐기를 이행함으로써 미국에 비핵화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최소로 북한의 핵실험장 폭파가 무색케 됐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핵실험장 북쪽의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했다. 2번 갱도는 2∼6차 핵실험이 이뤄진 핵심 시설이다. 북한은 이어 서쪽의 4번 갱도와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궈 벼리는 작업을 하는 곳), 3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권지혜 기자, 풍계리=공동취재단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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