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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총체적 난국, 세트피스로 활로 뚫는다

입력 2018-05-24 05:05:03
역대 월드컵서 득점한 31골 중 세트피스 상황에서 11골 기록
객관적인 전력·기술서 밀려도 결정적인 한방으로 승부에 영향


“세트피스(프리킥+코너킥) 정확도를 높여라.”

23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한국 대표팀의 과제 중 하나는 세트피스 완성도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월드컵 F조 최약체인 신태용호는 최근 주요 선수들의 잇단 부상 낙마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인 한국이 축구 강국들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은 바로 세트피스다. 체격 좋은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과 견제를 피하면서 단번에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트피스 득점이 많았던 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대표팀은 훈련시간 중 상당부분을 프리킥 등 세트피스 찬스 살리기에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세트피스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월드컵 31경기에서 넣은 31골 중 11골(35.4%)이 세트피스 작전을 통한 득점이었다. 11골 중 6골은 직접 프리킥에서 나왔다.

세트피스와 한국의 월드컵 호성적은 비례 관계다. 한국은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세트피스로 2골을 넣었다. 미국전에서 안정환이 프리킥을 헤딩 동점골로 연결하며 1대 1 무승부를 챙겼다. 터키와의 3∼4위전에서는 이을용이 직접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에 성공한 2010 남아공 대회 때는 세트피스로만 3골을 얻었다. 조별리그에서 기성용과 이정수가 프리킥으로 두 골을 합작했고, 박주영이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을 선보였다.

유일하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세트피스 골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회에서 대표팀은 1무 2패로 한·일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대표팀도 과거와 비교해 세트피스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14경기를 치르면서 세트피스 득점은 3골에 그쳤다. 그것도 세트피스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직접 프리킥골은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기록한 정우영(고베)의 골이 유일하다.

“신체조건이 불리해도 세트피스를 조직적으로 준비하면 의외의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해 온 신 감독으로서는 저조한 세트피스 성공률 높이기가 당면 과제다.

이런 가운데 프리킥에 능한 염기훈(수원)과 권창훈(디종)이 낙마한 것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신 감독은 이 둘의 대체자원으로 프리킥 연습을 열심히 한 이재성(전북)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성은 지난 15일 부리람(태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에서 왼발 프리킥 골로 전북의 8강행을 이끌었다.

또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든 무회전 킥이 가능한 손흥민(토트넘)과 대표팀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정우영도 세트피스 키커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확한 킥을 보유한 기성용 역시 장거리 프리킥 상황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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