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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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과학] 기압과 미세먼지

입력 2018-05-24 05:10:02
토리첼리와 기압측정. 반니출판사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불안을 느끼는 요소는 지진도 아니고 북핵도 아닌 미세먼지라고 한다.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 발생 원인은 주로 석유, 석탄 같은 화석 물질이 타거나 자동차 매연 등 공해 물질에서 기인한다. 4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의 60%는 중국 산둥성 등 동부 산업지대로부터 유입된다. 기압 차에 따른 공기 흐름, 즉 바람을 타고 서해바다 멀리 중국에서부터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것이다.

공기의 압력, 즉 기압을 처음으로 측정한 사람은 17세기 토리첼리다. 수은이 담긴 그릇에 수은이 담긴 유리관을 거꾸로 세웠더니 수은 기둥은 760㎜ 높이를 유지했다. 수은 기둥의 압력이 대기압과 평형을 이룬 높이다. 그래서 1기압을 수은의 원소기호 Hg를 따서 760㎜Hg라고도 한다. 그런데 토리첼리는 이 높이가 날마다 조금씩 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기압이 날마다 조금씩 변한다는 의미다. 주변보다 기압이 높으면 고기압, 낮으면 저기압이라고 한다. 고기압이 형성된 주변부에 저기압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고기압에서 저기압 방향으로 공기 흐름이 생긴다. 이런 공기 흐름이 우리가 느끼는 바람이다. 기압 차가 클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겨울에 북서풍이, 여름에 남동풍이 분다. 겨울에는 중국 내륙이 태평양보다 차가워 고기압이 형성되고, 여름에는 반대로 중국 내륙이 더워져 저기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요즘 극심한 미세먼지의 이유가 중국 내륙에 형성된 고기압의 영향이다. 하지만 기상 변화로 언제라도 중국 내륙에 고기압이 형성되고 우리나라에 저기압이 형성된다면 중국발 미세먼지를 가득 실은 바람이 우리나라로 걷잡을 수 없이 몰려올 수 있다. 인위적으로 중국 내륙에 저기압을 발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중국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정치적·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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