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기고-이상호]‘굴삭기 방북’을 준비하자

입력 2018-05-22 05:05:02


4·27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는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남북 정상회담 슬로건처럼 이제 시작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듯하다. 벅찬 감동을 넘어 경제라는 현실적 측면에서도 남북 모두에 도전이자 희망이다. 남측은 도약의 모멘텀을, 북측은 회생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의 기초를 놓는 셈이다.

평화와 통일로 향하는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보자. 남북 정상은 서울∼평양∼신의주 간 철도 연결에 합의했다.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6시간, 중국의 동북지역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지역은 일일생활권으로 변하게 된다. 분단으로 인해 지금까지 섬 아닌 섬으로 살아 왔던 대한민국이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길이 되는 시대를 맞게 된다.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다.

변화는 시작됐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 건설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가슴 뛰는 감격을 누르고,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우선 북한 경제를 살펴 보자. 197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돼 남북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3대 1의 큰 차이가 났다.

북한의 도로, 철도, 전력 등 인프라는 노후화돼 당장 합의된 철도를 건설하려 해도 이에 대한 건설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 건설업계의 참여가 불가피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에 770억 달러, 도로에 370억 달러, 전력에 100억 달러 등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항만, 통신, 공항 등의 수요로 인해서도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미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에서 도로, 철도 등 단기 프로젝트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코레일은 이미 경원선과 경의선 개보수를 위한 사업 검토를 해 왔으므로 즉각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철도가 연결되고 나면 철도가 지나는 경로를 따라 북한의 도시재생 사업이 필요해질 것이다.

평양뿐 아니라 개성, 신의주, 원산, 함흥 등은 물류산업의 핵심 축이므로 도로, 산업단지, 항만 등 주변 지역과 연계해 복합정비와 개발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림 협력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북한 인프라 투자에 대한 협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 건설업계는 건축 분야에 치중하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토목, 플랜트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은 건설업계 최대의 과제다. 이제 현실이 되고 있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는 무한한 기회다.

독일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차이는 3대 1 수준이었다. 그래서 통일 후 가장 먼저 동독의 미흡한 도로, 전력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고층 건축물 개발을 위해 GDP의 15% 이상이 투입됐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건설 특수가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건설 대박’이다.

북한이라는 다리를 건너 해양과 대륙이 이어지면 대한민국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얻게 된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의 기적소리가 북녘 땅을 거쳐 유라시아 광활한 벌판에 울려 퍼진다면 얼마나 좋은가. 북방으로 향하는 길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밥’이자 ‘미래 비전’이다.

물론 막연한 낙관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준비돼 있지 않으면 그 기회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상상 그 이상의 현실이 펼쳐질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 그 선두에서 우리 건설인들이 첫 삽을 뜨기 위해 준비하자.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을 넘어 우리 건설인들의 ‘굴삭기 방북’은 결코 꿈이 아니다.

이상호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