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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론 이어 ‘한·미동맹’ 건드린 문정인

입력 2018-05-19 05:05:04


“다자안보협력체제로 가면 미국도 중국도 편 들 필요 없어”
靑 “학자적 견해” 선 그었지만 文 정부 전략적 목표와 같아 일각선 ‘여론 간보기’ 시각도
文 특보 “이론적인 얘기일 뿐 한미동맹·주한미군은 필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주한미군 철수 논쟁을 촉발했던 문정인(사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이번엔 한·미동맹 해체를 언급했다. 문 특보는 동맹을 ‘매우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가장 최선의 것은 동맹을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우리가 (한·미) 동맹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동맹 체제에서 다자안보협력 체제로 전환할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주둔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의 임무 역할 규모는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특히 “동맹은 일반적으로 국제관계에서 매우 부자연스러운 상태(very unnatural state)”라며 “내게 있어 최선의 것은 실제로 동맹을 없애는 것(get rid of)”이라고 주장했다. 애틀랜틱은 “문 특보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너서클 내에서도 한·미동맹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맹이 부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은 이론적인 얘기”라며 “그럼에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필요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민감한 시기에 예민한 문제에 대한 문 특보의 거침없는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파장이 커지자 “철수를 주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 내에선 문 특보의 발언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혼선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주한미군 같은 문제를 공론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정인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학자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건 문 특보의 주장이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한반도 구상과 상당부분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는 문재인정부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시기였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발언 주의령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문 특보의 주장은 현실화됐다. 때문에 문 특보가 문재인정부의 전략적 목표를 앞서서 제시하고 여론을 한차례 톤다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특보는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동북아에 안보 공동체가 구축될 경우를 전제로 한 뒤 “우리는 미국도 중국도 편들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두 대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이 통일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서 “그때 우리는 미국 편을 들고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권에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 쪽에 가담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떠날 수 있는지, 아니면 홀로 설지를 놓고 매우 어려운 선택의 시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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