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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다시 보다 ‘~힌츠페터 스토리’ ‘임을 위한 행진곡’

입력 2018-05-16 00:15:01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한 장면. 알앤오엔터테인먼트, 무당벌레필름 제공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왼쪽 사진)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포스터.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전남의 한 지역신문은 1980년 6월 2일자 지면에 이 같은 제하의 기사를 실으려 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개되진 못했다. 군부의 강압적인 언론 통제로 그 절박한 노력은 좌절되고 말았다. 당시 이 신문의 기자들은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빨간 펜으로 난도질당한 그날의 신문이 바로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감독 장영주)의 포스터 이미지다. 진실은 그럼에도 감춰지지 않았다. 그곳엔 ‘푸른 눈의 목격자’가 있었다. 독일 제1공영방송 기자였던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는 목숨을 걸고 잠입해 광주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가 취재한 영상을 통해 전 세계는 진실을 목도했다.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앞두고 광주의 쓰라린 역사를 돌아보는 영화 두 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힌츠페터가 실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K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17일 개봉)와 38년 전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그린 극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박기복·16일 개봉)이다.

지난해 영화 ‘택시운전사’(장훈)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5·18 힌츠페터 스토리’에 대한 감상이 남다를 듯하다. 극화된 장면과는 또 다른 뭉클함을 느낄 수 있겠다. “한평생 광주에서의 참혹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던 힌츠페터는 2016년 생을 마감하며 “광주에 안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해 일부는 5·18 구묘역에 안치돼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철규 변사사건(1989년 5월 조선대 교지 편집위원장 이철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던 중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영화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5·18민주화운동에 나섰다가 의문사를 당한 아버지(전수현)와 시위 현장에서 입은 머리 부상으로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는 어머니(김부선)를 둔 주인공 희수(김꽃비)가 아픈 과거를 마주하고 부모가 지키려 했던 신념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박기복 감독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80년대의 담론을 담고자 했다”며 “광주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희수 역의 김꽃비는 “왜 또 5·18 영화냐 묻는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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