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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남도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입력 2018-05-15 05:10:0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문장이 “지켜보자(We will see)”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We will see what happens)”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함께 지켜보자(Let’s see what happens)”는 얘기도 많이 했다. 왜 미국 대통령은 자꾸 지켜보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고, 성공과 실패 어떤 경우에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미국 언론(USA 투데이)의 분석이 있었다.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도 북·미 협상 결과를 자신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떨까. 김 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여러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그런 김 위원장도 머릿속은 무척 복잡하지 않을까. 어느 정도의 핵무기를 보여줘야 미국이 믿어줄지, 어느 수준으로 핵무기를 없애야 국제사회가 믿어줄지 말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설득도 문제일 것이다. 핵무장을 통한 강성대국을 주장했던 그동안의 주장을 어떻게 주워담을지 모르겠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우리 군 사열대 단상 위에 올랐을 때 보인 긴장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하고 있을까. 문 대통령은 지난해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을 때 쏟아졌던 국내외의 싸늘했던 반응을 기억할 것이다. 정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올해 초 사석에서 “미국으로부터 ‘지금 북한의 평화 공세는 한·미 이간책일 수 있다. 대북 제재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우려들이 전달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믿지 않았다. 어쨌든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지만, 본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첫 번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우리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그야말로 시작을 시작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그림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적 지원도 필수적인 요소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정말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까. 20년 이상 실패를 반복했던 북핵 협상의 역사를 거론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이 많다.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김 위원장의 발언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년이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북핵 문제가 미국 외교의 최우선순위에 오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지도자가 이처럼 파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온 것도 처음이고, 한국 대통령이 임기 초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것도 처음이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도 빠지지 않겠다”며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경우도 처음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는 협상을 만들어나가는 각국의 의지와 창조적인 비전에 달려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미 열차에 올랐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완전한 평화를 선사하는 이상적인 합의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차선의 합의, 진전된 합의는 가능할 것이다. 또한 결과가 어떠하더라도 북·미 정상회담은 끝이 아니다. 북·미 회담 이후 더 많은 질문들이 나올 것이다. 많은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세미나와 저서를 통해 “통일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누구 편에 설 것인가”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하는가”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북핵 문제가 미국과 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문제이자 미국과 중국의 문제, 중국과 일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답을 준비해야 할 질문들이다.

남도영 정치부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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