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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 팬덤이 이끈 1000만… 숙제로 남은 ‘독과점’

입력 2018-05-14 00:15:01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13일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서울 CGV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이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했다. 상영관이 시간대별로 촘촘히 배치돼 있다. 최현규 기자
 
‘어벤져스3’의 콘셉트 이미지. 한데 뭉친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악당 타노스(가운데)에 맞서 싸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외화 5번째… 전체 21번째 위업
충성도 높은 국내 팬덤 형성
스크린 독과점 논란 재점화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을 기념한 역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국내 개봉 외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외화로는 5번째, 한국영화까지 합하면 21번째 대기록이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3’는 개봉 19일째인 이날 오후 1시30분쯤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넘어섰다. 마블의 첫 번째 1000만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25일)이 보유한 종전 기록을 깨고 외화 사상 최단기간 1000만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국내에 상륙한 ‘어벤져스3’는 폭발적인 기세로 관객몰이를 했다. 역대 최다 예매량(122만장) 및 최고 예매율(97.4%), 오프닝스코어(98만명)를 전부 새로 썼다. 2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5일째 400만, 6일째 500만 고지를 밟으며 역대 흥행 최단기간 기록을 줄줄이 경신했다.

마블 영화의 인기는 전 세계를 아우른다. 특히 ‘마블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의 열광적 반응은 일찍이 예견됐다. 지난 10년간 개봉한 18편의 마블 영화들이 일정 정도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되는 한편 막대한 홍보 효과가 축적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의 흥행은 결국 팬덤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팬덤이 두터워지면서 일종의 추종 형태가 됐다”면서 “엄밀히 따지면 시리즈가 아닌데도 각각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이 결합되면서 그 파급력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대급 스크린 독과점이 낳은 1000만’이란 비판이 따라붙는다. 개봉 첫날 스크린 2460개를 장악한 ‘어벤져스3’는 3일째 역대 최다 스크린 수(2553개·4월 28일)를 찍으며 최고 상영점유율(77%), 1일 최다 관객 수(133만명)를 갈아치웠다. 극장에서 영화를 10회 상영했을 때 그중 8편은 ‘어벤져스3’였다는 얘기다.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었다. 흥행을 노리는 영화들은 ‘어벤져스3’와의 맞대결을 피해 알아서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 1일 ‘챔피언’이 개봉하면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박스오피스 3위 이하의 나머지 영화들은 하루에 1만명도 들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스크린 배분이나 관람 형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극장사들은 “시장논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춘 스크린 배정일 뿐”이라는 해명만을 반복한다. 그러나 영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더불어 특정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40% 이상 상영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시행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힘을 얻고 있다.

전 평론가는 “더 이상 자율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균등한 기회 제공을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스크린 상한을 둬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때다. 규제와 통제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이 경우에는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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