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갱도·입구 폭파→시설철거·인력철수→완전봉쇄… 풍계리 ‘3단계 폐쇄’

입력 2018-05-14 05:05:04

 
북한이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당시 북한은 6자회담 당사국 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폭파를 진행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녹화중계됐다. AP뉴시스


고성능 폭약 동시 기폭… 기존 1·2번 갱도는 물론 3·4번 갱도도 함께 파괴
초청 해외 취재단 위해 전용기·특별열차 운행… 생중계는 불가능할 듯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정과 함께 폭파 절차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핵실험장 폐쇄는 산 아래 지하로 뚫린 갱도를 무너뜨리고 입구를 막은 뒤 부대시설도 차례로 철거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핵실험 관련 인력을 모두 철수하고 실험장 주변을 완전히 봉쇄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한다. 북한은 남한을 포함한 5개국 언론사에 폐쇄 장면을 공개하기로 했다. 6자회담 당사국 중에서는 일본만 제외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총 4개 갱도로 이뤄져 있다. 동쪽에 위치한 1번 갱도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사용됐다. 하지만 핵실험 직후 붕괴돼 다시 사용되지 않았다. 북쪽으로 난 2번 갱도에서는 2차부터 6차까지 다섯 번의 핵실험이 이뤄졌다. 2번 갱도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지반 붕괴로 역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서쪽의 3번 갱도와 남쪽의 4번 갱도에서는 단 한 번의 핵실험도 실시되지 않았다.

핵실험장 폐쇄는 갱도 내부 여러 곳에 다량의 고성능 폭약을 설치하고 동시에 기폭시켜 무너트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1, 2번 갱도는 물론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3, 4번 갱도도 파괴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부에서 못쓰게 된 걸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입구 역시 폭약으로 무너뜨려 핵실험장을 영구 폐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구 바깥에 들어선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용 건물 등도 순차적으로 철거한다. 부대시설 철거까지 마치면 핵실험장 관련 인력은 모두 철수하고 주변 지역을 완전히 통제해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다.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에 따른 안전 조치로 보인다.

풍계리는 북한 지역에서 핵실험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입지로 평가된다. 해발 2205m나 되는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1874m) 학무산(1642m)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견고한 화강암 지대여서 핵실험 후 나오는 방사성 물질 유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갱도를 달팽이관 모양으로 파고 차단문과 격벽을 여러 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당시처럼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북한 관영 매체와 국내 언론 및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이 초청 대상이다. 북한은 취재진을 위해 중국 베이징과 강원도 원산을 잇는 전용기를 띄우기로 했다. 원산에서 핵실험장까지는 특별전용열차를 운행한다. 인터넷 등 통신시설이 원산에 위치한 기자센터에 마련되는 점을 미뤄보면 핵실험장 폐쇄 장면 생중계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자회담 당사국 중 일본 언론만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이 자국민 납북자 문제 해결과 일본 본토를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포기 등 대북 압력을 이어가자 ‘재팬 패싱’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성은 장지영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