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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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과학] 우주론과 스티븐 호킹

입력 2018-03-22 05:10:02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이미지. 나사


20세기 들어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 물리학이 발달하여 우주에 관한 많은 비밀이 풀렸다. 우선 우주는 유한하다.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은 거리에 따라 계속 누적되어 밤하늘은 환하게 빛나야 한다. 하지만 밤하늘은 깜깜하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지구로부터 가까운 은하는 천천히 멀어지고 먼 은하는 빨리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표했다. 오븐 속 빵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우주도 팽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어 한 점에 모일 때가 있는데, 이때가 우주가 탄생한 시점이다. ‘시간의 역사’ 저자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은 1970년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우주팽창론에 프리드만 모델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한 결과 태초의 우주는 에너지가 무한한 특이점에서 대폭발을 일으켜 현재 우주에 이르렀다는 빅뱅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빅뱅 이후 우주 나이는 약 138억년이고 크기는 138억 광년을 넘지 않는다.

태초 우주에 있었던 특이점은 현재 우주에도 존재한다.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태양보다 3배 이상 무거운 별들이 일생을 마치면서 중력장에 의해 수축되어 발생한다. 강력한 중력장에 끌려 빛조차 탈출할 수 없어 관측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호킹은 블랙홀도 전하를 띠고 있고 회전운동도 해서 X선 같은 방사선이 방출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를 ‘호킹 복사’라고 하며, 이로 인해 에너지를 잃는 블랙홀은 궁극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2008년 나사는 블랙홀 증발 관측을 위해 페르미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렸다. 언젠가는 블랙홀이 증발하는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다. 루게릭병으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도 휠체어에서 암산만으로 우주물리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인류에게 남기지 못한 채 우주의 큰 깨달음을 안고 영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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