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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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죽어서 벌 받는 지옥, 그리고 나락

입력 2018-03-17 05:05:02


“넋 나간 군인들만 득시글거리는 이역만리 위안소라는 데에 끌려온 소녀들은 죄 없이 생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생지옥’은 살아서 겪는 지옥이란 뜻으로 ‘산지옥’이라고도 합니다. ‘지옥’은 아주 괴롭거나 참담한 광경, 그런 형편을 비유하는 말이지요. ‘그녀는 주정뱅이에 노름꾼 남편을 만나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처럼 쓰입니다. 지옥은 기독교에서 생전에 큰 죄를 짓고 죽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하고 끝없이 벌을 받는다는 곳을 이릅니다. 반대의 곳은 ‘천국’이겠고.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힘없는 사람들에게 버젓이 생지옥이 강요되고 있지요. 인류의 수치(羞恥)입니다.

지옥과 같은 말로 ‘나락’이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이나 벗어나기 곤란한 어려운 형편을 이르지요. ‘나는 그녀의 절교 선언에 순간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처럼 말합니다. 산스크리트어 ‘나라카’에서 왔는데, 죄를 많이 지은 인간이 죽어서 가는 지옥 같은 세계라고 합니다. 나라카가 奈落(那落, 나락)으로 한자 음역돼 쓰이는 것이지요.

못된 짓을 해서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거야 그만한 죗값이라 하겠으나 그들로 인해 몸과 마음이 헐고 무너져 생지옥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은 어찌해야 하나요.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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