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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 칼럼] 文 정권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시련

입력 2018-03-07 14:21:07


지난 30년 동안 물 샐 틈 없는 대북 제재 지속되지 못했던 게 문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 각별히 경계할 때
소득주도성장은 혁신성장이 먼저 작동해야 의미 있어


잔치는 끝났다.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누리며 북한의 참가로 집중조명을 받았던 문재인 정권도 이제 차분해져야 한다. 화려한 잔치만큼이나 미처 다 지불하지 못한 이런저런 명목의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고 보면 앞으로가 걱정이다.

문 정권은 중도에 주저앉은 박근혜정권을 딛고 집권해 경제 회생을 비롯, 한국 사회 쇄신 등 적잖은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여기에 이번 올림픽을 전후해 급진전된 남북 관계 안착 문제가 새로 더해졌다. 게다가 남북문제는 한·미 관계와도 연동돼 있어 대미 외교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기존 경제 문제와 더불어 이참에 새로 부상한 대북 및 대미 관계 재구축은 쉽지 않은 주제다. 실제로 이 셋은 문 정권에게는 큰 시련이 될 터다. 그러나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이미 벌어진 문제를 어렵다고 방치해 둘 수도 없고 섣불리 처리할 수도 없다. 각각 야기될 후폭풍이 작지 않은 탓이다.

가장 큰 시련은 남북문제다. 문 정권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고 막혔던 남북 대화를 재개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문제는 북한의 속내다. 북한은 지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공조 체제를 흔들기 위해 ‘우리 민족끼리’를 앞세우고 있다.

북한은 특사 김여정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이 되면’이라고 받았지만, 사실상 3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기정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 대화는 분명 중요하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관리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문 정권은 북핵 문제가 불거진 그간의 흐름을 먼저 복기해 봤으면 좋겠다.

북핵 문제는 1988년 미국의 정찰위성이 북한 영변 원자로 부근에 건설 중인 재처리 시설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북한을 만류하기 위해 중유를 주고 경수로를 만들어주려는 등 적잖은 배려가 있었지만 북핵 문제는 증폭일로였다. 지난 30년 동안 물샐 틈 없는 대북 제재가 단 한 번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제재를 또 흔들면 북핵 문제는 영영 해결되기 어려울 터다. 감정을 억제하고 북한을 적극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시련은 대미 관계, 즉 미국의 거친 통상압박이다. 첫 번째 시련이 잘 관리되면 안보상 한·미 공조는 원활해질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그는 취임 이전부터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고 최근엔 공공연히 ‘한국은 무역에서 동맹국 아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트럼프 대통령은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자 결집 차원에서 이전보다 더 강하게 ‘한국 때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연초부터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 여하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대미 수출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력을 그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원론적 대응만으로는 문제 해결은 오히려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문 정권은 미국의 기업가 정치가 등을 활용한 대미 공공외교를 강화해 친한(親韓)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미국 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세 번째 시련은 경제다. 앞서 두 가지 시련은 상대가 있기에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겠으나 경제정책의 책임은 고스란히 문 정권의 몫이다. 그런데 문 정권의 경제정책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그나마 가시적인 내용이 있지만 혁신성장의 내용 등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더구나 소득주도성장의 경우도 노동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공부문에서 억지춘향 식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되레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소득 향상)→소비 확대(삶의 질 향상)→기업투자 유지·확대→일자리 증가→최저임금 인상’의 순환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이 기업의 투자 유지 및 확대로 이어지려면 혁신성장, 즉 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혁신성장이 선제적으로 작동될 때 의미가 있다. 정책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당장 취할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전혀 다른 얘기다. 당위성만 앞세우기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옳다.

문 정권의 각성이 절실하다. 잔치는 끝났고 냉정한 현실만 남았다. 하지만 시련은 종종 도약을 낳는다.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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