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에 삭개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라에 내는 돈을 걷는 관리 가운데 우두머리였습니다. 사람들은 로마제국을 위해 모질게 돈을 거둬가는 삭개오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예수님이 여리고에 오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보고자 몰려들었습니다. 삭개오도 예수님을 몹시 보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서 예수님을 쉽게 볼 수 없었습니다. 까치발도 디뎌 보고,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어 봐도 도저히 예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삭개오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도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받고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행동 목적을 같이하는 집단)입니다. 우리는 아픈 친구가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침대를 들어줘야 합니다.(막 2:3) 귀먹고 말 더듬는 친구를 예수님께 함께 데려가야 합니다.(막 7:32) 함께 나누지 않는 복은 내 욕심을 채우는 것일 뿐입니다.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길가에 있는 뽕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삭개오는 굉장히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뽕나무 밑을 지나가던 예수님이 갑자기 삭개오를 부르셨습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절실한 마음과 그가 뽕나무 위에 오른 것을 모두 다 알고 계셨습니다. 아주 놀라운 일은 예수님이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삭개오의 이름까지도 알고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은 저와 여러분의 마음과 이름도 알고 계십니다. 때로 우리는 교회의 높은 문턱과 다른 사람의 따가운 눈길 때문에 주님 앞에 마음껏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언제나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미리 알고 계십니다. 세상에서 웃음거리가 된 이름, 나도 숨기고 싶은 내 이름을 우리 주님은 오늘도 따듯하게 불러주십니다.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난 뒤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좋은 직장으로 옮기게 된 것이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키가 커진 것도 아닙니다. 얼굴과 형편은 그대로였지만, 속사람이 바뀌었습니다.
죄와 욕심의 사람이 아니라 섬김과 나눔, 주님의 가르침과 사랑을 경험한 사람이 됐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면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우리가 가진 장애와 상황은 그대로일지라도 인생의 목적과 의미가 새로워집니다. 더 이상 마귀의 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세상의 성공이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거나 유명하게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영광을 위해 살게 됩니다.
주님은 오늘도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저와 여러분의 마음을 알고 찾아오십니다. 항상 간절히 주님을 찾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주님께 받은 은혜와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고 큰 사랑의 자리로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최대열 목사(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