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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 실존인물 ‘황기환 지사’ 순국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입력 2023-02-02 12:39:24
황기환 지사 유해가 순국 100년 만에 고국 대한민국으로 봉환된다. 사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황기환 지사(뒷쪽맨좌측). <국가보훈처 제공>

국가보훈처, 1일 황기환 지사 유해 봉환 발표
뉴욕 추모행사→ 파묘∙봉환준비→ 대전현충원 
2008년 장철우목사 최초 발견 후 정기 추모행사
2019년∙2022년 두차례 파묘∙
봉환추진 끝 성사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 ‘유진초이’(이병헌 분) 실제인물 ‘황기환 지사’ 유해가 마침내 대한민국에 돌아온다. 황 지사가 순국(1923년)한 지 꼭 100년 만이다.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처장:박민식)는 “황기환 지사가 안장되어 있는 미국 뉴욕 올리벳 묘지측과 황지사의 유해 파묘에 전격 합의했다”고 전하며, “순국 100년 만에 유해봉환이 가능해졌다”고 1일 공식 발표했다. 
 
뉴욕 마운트올리벳 묘지측과 고인묘소 파묘합의 후 기념촬영한 관계자들. (좌측부터)김의환 뉴욕총영사, 강운철 국가보훈처 예우정책과장, 에드워드 슈밋 묘지관리소장, 정영진 국가보훈처 사무관, 김광수 변호사, 허성호 영사.


황기환 지사는 상해임시정부가 파견한 프랑스 파리위원부 서기장을 비롯 러시아에 있던 노동자가 일본으로 강제송환되는 것을 외교노력으로 막는 한편 ‘불문잡지’를 창간하고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지지자를 규합하며 독립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순국했다. 정부는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황기환 지사의 마운트 올리벳묘지 비석. 2008년 최초 발견될 때까지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 


국가보훈처는, 황기환 지사 유해파묘가 가능함에 따라 앞으로 유해 봉환반 파견을 비롯한 미국현지에서 추모행사, 국내봉환 등 본격적인 유해봉환 준비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며,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면 정부 주관으로 유해봉환식을 거행한 직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조국 독립을 위해 이역만리 타국에서 일생을 바치셨던 황기환 지사의 유해를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모시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유해봉환 성사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마운트 올리벳 묘지측에 감사하며, 고인이 국민들 품에서 영면할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기환 지사 묘지를 7년 추적 끝에 발견한 장철우 뉴욕한인교회 원로목사. <CTS뉴욕방송 화면>


황기환 지사 유해봉환 추진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묘지이전(파묘)은 고인의 유족 동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뉴욕주법이 문제였다. 황지사 묘지를 관리하고 있는 뉴욕시 올리벳묘지측은 이를 문제삼으며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것. 

이에 국가보훈처는 2019년과 2022년 두차례 미국 법원에 유해봉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인의 족보나 유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미국 법원의 승인을 받지못하는 등 난항을 겪어왔다.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은 2019년 3월, 황기환 지사가 묻힌 마운트 올리벳묘지에서 추모행사 중 만세삼창을 외치는 뉴욕 한인단체장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 


그런 와중에 황기환 지사 순국 100주년을 계기로 큰 전환점을 맞았다. 국가보훈처는 뉴욕총영사관과 함께 올리벳 묘지측에 황지사 순국 100주년이 되는 올해 고인의 유해를 봉환해야 하는 당위성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동포들의 염원을 담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묘지측의 전격적인 파묘합의를 이끌어냈다. 

황기환 지사의 묘지는 사실 기억 속에서 거의 지워진 상태에서 뉴욕한인교회 장철우 원로목사의 끈질긴 추적 끝에 2008년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황 지사 묘역 바로옆에 ‘애국열사 염세우’라는 묘비명도 잇따라 발견하며 이들이 묻힌 올리벳묘지에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름없는 무연고 독립운동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장철우목사는 뉴욕한인교회 교우들과 한인사회 몇몇 인사들과 함께 매년 설날과 추석명절에 이 묘역을 찾아 참배행사를 거행해 왔다. 

특히 상해임시정부 설립 및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은 2019년에는 뉴욕총영사와 뉴욕한인회장, 교계인사와 단체장들이 참석하는 의미있는 행사를 전개하며 황지사 외에 애국 독립운동가들이 뉴욕에 안장돼 있음을 각인시켰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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