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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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지역사회 지도자들, 한인사업가에 공로패 수여∙∙∙한-흑 화합에 공헌 ‘경의’

입력 2021-04-17 03:55:38
흑인커뮤니티로 유명한 맨하탄 할렘가에서 40년 간 식당을 운영하며, 직원고용과 장학금 지급, 교회후원 및 방과후학교 지원활동 등에 공헌한 베티 박 사장이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맨좌측부터) 게일 브루어 맨하탄보로장, 브라이언 벤자민 뉴욕주상원의원, 베티 박 사장. (앞줄맨우측)로버트 라이스 벧엘복음교회 목사.


할렘가 요식업 한인사업가 베티 박 사장에
뉴욕주상원의원 ∙ 하원의원, 14일 공로패 수여
맨하탄보로장 및 할렘 종교지도자 연합 주최


뉴욕 맨하탄 할렘가에서 4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며 장학금 지원과 고용창출 등 각종 선행과 기부활동을 해온 한인이 지역사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아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4일 맨하탄 할렘가 말콤엑스 블러바드 선상(W135st.) ‘만나 레스토랑’ 앞에는 로버트 라이스 벧엘복음교회 담임목사와 게일 브루어 맨하탄보로장이 마련한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베티 박 사장 ‘한-흑 화합에 공헌’ 인정받아

상을 받은 주인공은 맨하탄 할렘가에서만 38년 간 요식업을 경영해온 한인 베티 박 사장(68세, 한국명 김효순). 브라이언 벤자민 뉴욕주 상원의원과 아이네즈 딕킨즈 뉴욕주 하원의원은 오랫동안 할렘가 지역사회에 공헌한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공로패와 선언서를 전달했다. 
 
만나 레스토랑 앞에서 공로패와 선언서를 수상한 베티 박 사장. 흑인사회 지도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다. 이날 임웅순 부총영사(앞줄 우측두번째)가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베티 박 사장은 “이같은 상을 받게되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말한 뒤 “정신적인 문제로 병을 앓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최근  계속되는 폭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할렘없는 베티 박은 없다”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 돕고 이런 종류의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 받아 단합함을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받은만큼  되돌려 줘야 맞다” 본지 인터뷰에서 밝혀 

베티 박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민생활과 사업을 하며 고생한 것은 이루말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돈을 벌고 살아왔다면 그 지역사회를 위해 다시 돌려주는 기브앤테이크를 해야 한다”고 사업비결을 밝혔다. 
 
브라이언 벤자민 뉴욕주상원의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할렘가 발전에 기여한 한인 베티 박 사장 수상소식을 알리며, 아시안증오 범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40여분 동안 행사진행을 맡은 로버트 라이스목사는 “반아시안 폭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흑인사회가 아시안을 미워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늘 아시안이면서 한국인인  베티 박 사장을 위한 특별한 행사를 마련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고 밝혔다. 

“엄청난 어려움 이겨낸 도전정신의 결실” 격려

그는 이어 “우리는 오늘 이 도시에 있는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증오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중국인이든 아무도 증오범죄를 용납하지 않고 용납할 수도 없다”며 아시안증오 범죄 척결에 적극 나설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게일 브루어 맨하탄보로장도 베티 박 사장의 수상에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만나 레스토랑이 있는 할렘가 말콤엑스 블러바드-W.135st. 선상에 시상식 취재를 위해 모인 미언론사들과 지역사회 주민들. 


게일 브루어 보로장은 “인종적 편견과 경제적 침체 등 갖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끈기있게 버텼다”고 도전정신을 치하하며 “하지만 이 놀라운 여성이 한 일을 보십시오. 그녀는 지역주민을 고용했고, YMCA방과후 프로그램을 후원했으며 대학진학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했고, 지역교회들을 위해서도 봉사했다”고 귀감될만한 구체적인 일들을 언급했다. 

편견 버리고 관용과 다양성 자랑인 뉴욕 회복을

베티 박 사장과 오랫동안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던 에릭 아담스 브루클린 보로장도 이날 참석해 증오범죄를 규탄하면서 베티 박 사장의 봉사정신을 격려했다. 

그는 “증오범죄는 뉴욕시민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면서 “이곳 뉴욕은 우리의 다양성을 축하하는 관용의 도시이다. 그것이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표창을 시상한 브라이언 벤자민 뉴욕주상원의원은 “할렘에서 사업하느라 고생했지만 이제는 결실을 맺었다”고 축하하고 격려했다. 
 
브라이언 벤자민 뉴욕주상원의원(앞줄우측두번째)이 베티 박 사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있다. 


1974년 21살에 가족과 함께 디트로이트로 이민온 베티 박 사장은 1983년 뉴욕으로 이주해 할렘가에서 생선가게로 문을 연데 이어 85년부터 레스토랑을 개업해 인근에 또 하나의  체인점을 두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독교신앙을 갖고 있는 그는, 하나님께서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늘에서 내렸던 ‘만나’를 레스토랑 이름으로 정했다. 지난 89년에 등록하고 2008년 임직받은 뉴저지장로교회의 봉사 잘하는 권사로 알려졌다. 

이 교회 김도완 담임목사는 "권사님의 수상은 너무나 감사하고 또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흑인지역민들을 사랑하는 권사님의 마음을 충분히 안다"고 귀뜸했다.

김 목사는 "수년전 몇번 감사패를 받은 기억이 있다"고 전하면서 "단지 사업성공을 위해 흑인들을 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는 지역민에게 봉사하고 섬기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는 권사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흑인사회 및 종교 지도자들을 비롯 NYPD 관계자와 고위공직자 그리고 주뉴욕총영사관 임웅순 부총영사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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