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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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노숙인 쉘터구입 위해 ‘10만 달러 쾌척’∙∙∙“어려운 이웃 돕게 되어 되레 감사”

입력 2021-04-14 06:15:14
오연률 권사(90세)가 13일 뉴욕나눔의 집 쉘터구입 비용에 써 달라며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뉴욕나눔의 집 쉘터구입에 사용해 달라” 통큰 기부
오연률 권사(90세), 남편 소천 1주기 앞두고 결심
“하나님나라 가기전, 의미있는 일해서 기쁘다”


“한인 라디오방송에서 나눔의집 박성원목사님의 모금후원운동 이야기를 듣다가 어려움에 처한 한인 노숙인에 대한 소식을 알게됐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기 전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기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뿐입니다.”

쉘터 구입을 목적으로 4개월째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뉴욕나눔의 집(대표:박성원목사)에 13일 오전, 10만 달러를 들고 찾은 오연률 권사(90세). 

오 권사는 특별히 다음주가 코로나19 감염으로 1년전 먼저 하나님 나라로 들어간 남편 고 오형오 집사(당시96세)의 소천 1주기로, 이런 특별한 기간에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터였다. 

신앙프로그램 듣다가 “힘든 이웃 돕자 결심”

그는 펜데믹 상황으로 외출이 어려워 매일 TV와 라디오를 보고 들으며 한인 노숙인에 대한 형편을 자세히 알았다면서 어제(12일) 나눔의 집 대표 박성원목사와 만나 기부결정을 알렸고, 오늘 10만 달러를 전하게 됐다고 인사했다. 

오 권사는 “꽤 큰 돈을 기부하셨다”는 질문에 “남편과 함께 맨하탄에서 15년 동안 광고사진업에 종사하며 조금 모았다”고 답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의미있게 사용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짧지만 힘있게 말했다. 
 
10만달러 기부행사에 함께 참석한 뉴욕나눔의 집 이사진. (좌측부터) 상임고문 방지각목사, 기부자 오연률 권사, 대표 박성원목사, 부이사장 양민석목사, 이사장 최재복장로.

대표 박성원목사 “자살위기 노숙인들에게 큰 힘”

뉴욕나눔의 집 대표 박성원목사는 “하나님께서 오 권사님께 큰 감동을 주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 “뉴욕나눔의 집에는 자살충동으로 삶의 끝자락 위기 가운데서 도움을 받은 사람부터 육체적인 질병과 고통 속에서 기적같이 도움을 받아 회복된 분들까지 현재 사회적응과 재활의 길을 걷는 분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며 기부의 의미를 설명했다. 

평양장대현교회 출석한 대대로 이어온 신앙가문 

오 권사는 가정 대대로 신앙가문이다. 할머니는, 한국 초대교회의 큰 기둥으로 평양 대부흥운동을 주도한 장대현교회를 설립한 멤버였고, 오 권사 자신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6.25한국전쟁 중 교인들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 고 한경직목사가 세운 영락교회에서 1962년 미국으로 가족이민 올 때까지 줄곧 신앙생활을 해왔다. 
 
기부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하는 오연률 권사. 


지난해 소천한 남편 고 오형오 집사는 당시 연세대를 졸업한 친오빠의 대학교 절친으로, 6.25한국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뉴욕영락교회 최호섭목사는 10만 달러 기부소식을 듣고 “오 권사님은 한세원 목사님께서 은퇴하시기 직전에 점점 거동이 불편해 지시면서 교회출석을 제대로 못하신 것으로 안다”면서 “가족 분들은 나성영락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실 정도로 모든 가족이 영락인이다”라고 말했다. 

뉴욕나눔의 집 이사진 “예상못할 하나님의 큰 감동” 한목소리

이날 기부행사에 자리한 방지각목사(뉴욕나눔의 집 상임고문 ∙ 뉴욕효신장로교회 원로)는 “오 권사님께서 옛날 평신도신학원에서 제 강의를 들었다고 해서 참 반가웠다”고 말하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지만, 내 영혼보다 하나님나라에 먼저 보내는 물질이 있다면 바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구제헌금”이라며 이날 기부에 대해 의미를 덧붙였다. 
 
뉴욕나눔의 집 이사진은 이날 600여 뉴욕인근 한인교회들의 후원을 요청하는 한편 현재까지 총 13만 여 달러가 모였다고 집계했다. 


양민석목사(뉴욕나눔의 집 부이사장 ∙ 뉴욕그레잇넥교회 담임)도 “홈리스 쉘터구입에 대해 처음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전혀 예상못할 은혜들이 감동을 주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뉴욕나눔의 집 최재복 장로는 “처음에는 미약한 가운데 쉘터구입 후원운동을 펼쳤으나, 갈수록 창대하는 은혜를 입고 있다”면서 “많은 후원의 손 길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100만 달러 쉘터구입을 목표로 후원운동을 펼치는 뉴욕나눔의 집에는 현재까지 오권사의 10만달러 후원금을 포함해 총 23만7,425달러 모금에 118건의 후원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영리단체인 경우, 쉘터총액의  40%를 다운페이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앞으로 1차 모금액 40만 달러를 목표로 뉴욕나눔의 집 거주인들은 한인 동포사회가 보내는 도움의 손 길을 기다리고 있다. 

(후원문의) 718-683-8884 (대표 박성원목사)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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