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인터뷰】김종훈목사 “차세대 한인교회는 한인 특유 신앙 정체성 담아야 합니다”

입력 2020-03-10 12:02:14
말씀중심 · 희생과 헌신 · 새벽기도 등 한인교회 특징 살려 계승 절실
뉴욕예일장로교회 김종훈 담임목사는 "다음세대로 이어질 한인교회는 한인1세대가 가진 한국 특유의 신앙양식을 전해받아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 다음세대 교회가 속속 세워지는 가운데 한인 차세대교회에 대한 정체성 논의가 목회자들 사이에서 활발하다. 한인 이민 1세대 교회로부터 취할 것과 버릴 것은 각각 무엇일까. 그렇게해서 나타나는 한인 다음세대 교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로 교회설립 27주년을 맞은 뉴욕예일장로교회 김종훈 담임목사는 다민족 다인종 미국사회 속에서 한인교회는 한인 특유의 신앙전통을 충분히 살려야 할 가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외한인장로회 총회장과 뉴욕교협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인 이민교회의 지도자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김종훈목사를 통해 한인 다음세대 교회를 전망하고, 최근 니카라과 선교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인 이민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가 많습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입니다만, 현 미국정부의 이민 억제정책까지 더해서 한인 커뮤니티 경제상황도 많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특히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상황을 거치며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는데요. 이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인 성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기를 맞았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살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이민 억제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문제가 한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러 이민자들의 삶을 경직하게 합니다. 이런 문제는 한인들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미국을 형성하는 모든 민족, 모든 인종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 한인들만 생각할 수는 없겠습니다. 

미국의 전통가치는 ‘다양성’과 ‘하나’입니다.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룬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예상못한 시대적인 난관이나 시련이 닥쳤을 때 여럿이 함께 연합하고 협력하여 배려하고 존중함으로써 조화로운 극복을 이루어왔습니다. 이런 원리는 지금도 적용돼야 합니다. 공존과 상생의 원리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믿음의 눈으로 해석해야
하나님의 뜻과 생각 분별하는 시련의 기회임을 인식
광야생활 속 하나님만 바라보는 훈련받은 것과 흡사

 
뉴욕예일장로교회는 한인1세대의 신앙열심을 계승한 다음세대 교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별히 한인교회와 성도는 이런 시기를 살면서 성경이 가르치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생활’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40년을 통해 겸손을 배우고 하나님의 음성과 뜻을 분별하여 순종을 배우도록 하셨습니다. 교회와 성도는 코로나19 감염상황을 지나면서 서로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면서 동시에 영적으로는 하나님의 음성과 뜻을 분별하는 섬세한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뉴욕일원 한인교회는 대략 450개로 추정됩니다. 모두가 신앙생활을 하느라 애쓰시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울사도가 디모데에게 주는 충고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을 부인하는 자에게서 돌아서라는 경고입니다. 저도 항상 조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형식화되는 신앙생활의 위험입니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 부재한 상황 우려

타락한 중세교회의 영적 질병의 증세가 곧 신앙생활의 형식화 아니겠습니까? 이런 위기의 시대에 우리 한인교회와 성도는 경건의 능력을 향해 거룩한 목마름을 느끼고 하나님께 날마나 구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요즘 시기를 한인교회가 다음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1세대 한인교회가 영어권 교육과 문화에 익숙한 1.5세나 2세로 전환되는 시기라는 설명입니다. 일부 한인교회는 다민족교회 형태를 모델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세대가 주도하는 한인교회의 형태는 과연 어떤 것이 바람직할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인교회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인 이민역사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신앙공동체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하며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 교회는 인내와 소망을 주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애절한 기도와 강단에서 울리는 설교말씀, 목회자들의 심방은 이민자들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해외한인장로교단 뉴욕노회가 주관하는 니카라과 선교집회를 인도하는 김종훈목사(좌측). 올해로 11년째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우측은 통역사.


한인 이민교회는 다른 민족의 이민자교회와 달리 새벽기도, 말씀중심의 예배와 교회행정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헌신이 특징을 이룹니다. 제가 한인 이민 초기 교회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다음세대가 한인교회를 계승하는 과정에서 이런 독특한 신앙유산을 상실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1세대는 다음세대로 한인교회를 이어주는 과정에서 세계교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인교회만의 믿음의 정체성을 잘 유지 보전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세계교회가 인정하는 특별한 신앙형태 이룬 나라

최근 한인교회가 주축으로 설립하는 다민족교회는 이런 맥락에서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담임목회자가 한인이라고 하지만, 다민족으로 구성된 신앙공동체 안에 한인교회만의 신앙유산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2월 말 진행한 니카라과 선교집회 전경. 450대  버스로 모여든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다. 


이런 점에서 저희 교회에서는 영어권 유스와 청년대학생 등 차세대에 대한 신앙교육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어권에 속한 한인 다음세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 차세대 한인교회를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준비는 한인1세대와 다음세대를 하나로 묶는 목회양육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유스와 성인이 동시에 참가하는 연합수련회를 연중행사로 치르고 있고, 유스까지 참여하는 매주 토요일 새벽기도회에서는 담임목회자인 제가 직접 안수기도를 함으로써 한인1세대와 신앙적 간극을 최대한 좁히고 있습니다. 1세대의 신앙을 유스에게 전수하는 실천목회의 한 측면이지요. 

성인과 유스 ‘연합 수련회’와 토요새벽기도회에서 일체감

또 하나는, 교회학교 기능에 관한 것입니다. 이민사회가 언제부터인지 자녀신앙교육을 교회가 해야 할 일로 단정짓고 있습니다. 굉장한 오해입니다. 자녀 신앙교육은 각 가정에서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는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안내하고 지도하며 기도해 주는 역할입니다. 
 
니카라과 선교집회에서 결신하고 현지인 교회에서 양육받은 성도들이 세례를 받고 있다. 


저는 자녀들이 독립할 나이가 됐을 때 가정을 떠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대간의 공감력까지 소멸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부모세대가 가진 믿음의 유산을 버린채 새로운 문화권에서 익힌 신앙양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물론 신앙생활을 계속한다는 점에서는 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한인교회의 특별한 신앙유산을 계승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참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한인장로교(KPCA) 산하 뉴욕노회 차원에서 꾸준히 전개하는 니카라과 선교운동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2월17일부터 23일까지 니카라과 레옹 주에서 집회를 인도하고 돌아왔습니다. 니카라과 현지인을 위해 450여 대의 버스가 동원됐습니다. 레옹주 공설운동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주말에 집회가 이루어졌고, 선교대회 전 오전과 오후에는 미국과 카나다로부터 모인 연합 단기선교팀 99명의 성도들이 참가하는 의료사역, 안경사역, 어린이 복음화사역 등을 전개했습니다. 

올해로 벌써 11년째입니다. 이 선교대회는 니카라과에서 오랫동안 사역하고 계시는 이동홍 선교사께서 설립한 17개의 현지인 장로교회가 모체가 되어 마사야 주에서 점차 다른 주로 확산해 가고 있습니다. 2월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집회에는 1만 명 이상의 현지인들이 참석해 찬양과 기도, 말씀으로 연일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니카라과에 복음의 문을 활짝 연다는 감동을 주셨습니다. 복음을 흡수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예상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니카라과에 복음의 문을 여시는 하나님의 뜻 감동

한인교회는 130년 전 대한민국에 소개된 복음을 미주지역에 다시 정착시킨 ‘특별한 신앙공동체’입니다. 한국 특유의 신앙으로 재해석된 특별한 교회공동체가 한인교회입니다. 우리들이 받은 믿음의 축복을 니카라과에 전달해서 하나님나라를 증거하는 거룩한 증표들이 니카라과에서 계속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20만 명이 복음을 들었고, 이 가운데 6천여 명이 예수를 믿기로 결심했습니다. 
 
니카라과 레옹주에서 이루어지는 선교사역은 환자를 위한 중보기도, 안경사역, 어린이사역 등이 진행된다. 환자 치유를 위해 중보기도하는 선교팀.


가톨릭이 대세인 니카라과는 이제 개신교가 증가추세에 있으며, 미신과 형식화가 두드러진 가톨릭 대신 말씀과 기도와 찬양으로 풍성한 개신교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귀한 역사입니다. 마귀세력의 방해도 빈번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를 막을 세력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선교사역을 하며 더욱 강하게 느낍니다. 

복음은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복음의 본질이 갈수록 흔들리는 이 시대에 복음의 본질을 강하게 붙잡고 영혼구원에 한인교회와 다음세대 교회 모두가 협력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