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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 ‘중증의 고독’… 종교인이 외로움 덜 탔다

입력 2023-02-01 03:05:01
게티이미지뱅크





 
‘외로움 전성시대’다. 1인 가구가 늘고 팬데믹에 이은 경제 불황은 ‘나홀로 죽음’이라는 짙은 그림자를 사회 전반에 드리우고 있다. 영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외로움 담당’ 정부 조직과 관료를 둘 정도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동네마다 촘촘하게 들어선 교회가 외로움을 돌보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일보 더 미션은 잠재적 고립자를 예방하고 ‘낮고 외롭고 쓸쓸한’ 이들과 동행하는 교회 역할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4부에 걸쳐 연재한다.

피앰아이 ‘외로움·종교’ 첫 조사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꼴로 의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외로움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교가 있으면 무종교인에 비해 외로움을 덜 겪고 있으며, 특히 외로움이 심해질수록 타 종교보다 기독교에 관심을 더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가 31일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실시한 ‘외로움 척도 지수와 종교 상관관계’ 조사 결과다. 1인 가구와 고독사 증가 등으로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로움과 종교의 상관성을 조사한 건 처음이다.

피앰아이는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해 온라인과 모바일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다.
 
국민 4명 중 1명 외로움 치료 필요해
피앰아이에 따르면 ‘UCLA 외로움 종합 지수’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외로움 지수는 80점 만점에 42.2점이었다. UCLA 지수는 총 20문항을 풀고 도출한 점수에 따라 외로움의 단계를 저단계·중등도·중고도·고단계로 나눈다. 점수가 높을수록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는 의미다. 저단계(20~34점)는 일상적 외로움의 수준이고, 중등도(35~49점) 외로움은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정도다. 중고도 외로움(50~64점)은 상담 등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며, 고단계 외로움(65~80점)은 당장 치료와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다.

한국인의 경우 50점 이상(중고도+고단계)의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26.5%였다. 의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또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고도 외로움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중등도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47.1%였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의 문제와 해법을 사회 구조의 틀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효민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그런 것도 못 이겨내냐’ 등의 반응이 많다. 외로움을 개인적 감정으로 여기는 단적인 사례”라며 “외로움은 개인 성향과 함께 주거 재정 건강 등이 결합해 발생하는 만큼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로움은 생존지상주의, 개인주의와 급격한 도시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외로운 무종교인, 기독교에 관심
특히 종교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비장의 카드’라 할 만하다. 종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외로움 지수가 오르내렸다. 박 교수는 “종교가 있는 사람의 평균 외로움 지수(41.0점)와 무종교인(43.2) 사이의 2점 차는 숫자로만 봐선 안 된다”면서 “최저점인 20점부터 최고점인 80점 사이에서 2점은 상당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65점 이상의 고단계 외로움을 보면 종교가 있는 사람은 1.4%에 불과했지만 무종교인은 4.3%나 됐다. 응답자 가운데 1080명이 무종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40여명은 당장 치료와 조치가 필요한 수준의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무종교인의 14%(150명)는 외로울 때 종교에 관심이 생긴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건 종교별 기대감이다. 50점 이상의 중고도 및 고단계 외로움을 겪는 이들은 관심 있는 종교로 기독교(34.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불교와 천주교는 각각 28.0%, 23.9%였다.
 
교회, 영적 진단·해법 제시해야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립된 사람을 세상으로 끌어내려는 노력과 방법이 필요한데 이미 종교계는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해 소통해 왔다”며 “영국처럼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종교계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네마다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한국교회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는 “전문가 상담, 의학적 도움, 공동체 형성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영적 진단과 해법 모색도 한국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설립된 피앰아이는 저출산 우울 자살 고독사와 지방도시 인구소멸 등 한국사회가 겪고 있던 문제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형 외로움 종합 지수’를 개발해 발표했다.

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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