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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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얼라이브] 기다림·경청의 선교, 성도 개개인의 제자화… ‘K선교’로 세계 부흥 기여했으면

입력 2023-01-21 03:10:01
미국에서 ‘서구 기독교의 쇠퇴와 다수 세계 기독교 부상’이라는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는 김종필 목사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부흥사역과 중보기도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가운데) 담임목사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종필 목사와 사모 김은주 선교사. 김은주 선교사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인 딸 부부와 손자를 안고 있는 김 선교사 가정의 단란한 모습. 김은주 선교사 제공


김종필(63) 목사는 21세기 한국의 사도바울을 꿈꾸며 31년째 코리안 디아스포라 유전자(DNA)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는, 잘 드러나지 않는 보석 같은 목회자다. 그는 필리핀 한알의밀알교회를 개척하고 미주에서 전방위 부흥사역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 동아시아 유럽 북미 및 남미 지역에서 복음 전도 집회 및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했다. 김 목사는 영국 버밍엄대학교 신학박사로 ‘하늘보좌 중보기도’(규장) ‘하라면 하겠습니다 주님!’(나침반) 등의 저서가 있다.

김 목사는 중보기도의 중요성과 실제에 대해 탄탄한 신학적 지식은 물론 역사와 철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현재 미국 보스턴 소재 파토스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새해를 맞아 부인 김은주(60) 선교사와 잠시 귀국한 김 목사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서 ‘일사각오’ 심정으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했다. 세계 기독교 지형도와 거대한 흐름과는 딴판으로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다람쥐 쳇바퀴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는 지금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이 중심인 다수 세계(majority world)로 구별됩니다. 유럽과 북미를 하나로 묶고, 그 아래에 있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과 싱가포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동남아 국가와 그 밖의 아시아 국가들이 다수 세계에 포함됩니다. 개발도상국으로 가장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걸맞게 몇 가지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쓴소리도 덧붙였다. 첫째, 한국은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도 대등하게 한국교회의 역동성과 교회 성장의 비결 및 왕성한 선교 사역 동참에 대한 도전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또 한국교회가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 세대 갈등과 같은 국내 갈등에만 고착된 현실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갈래의 보수 기독교와 외길만 바라보고 있는 진보 기독교계를 향해서도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한국 문화의 우월적 지위를 은연중 강조하는 선교만을 내세우면 이전에 서구 기독교 선교가 아프리카 중남미 및 아시아 국가들의 독특한 상황 속에 있는 교회들에 배척당한 것처럼 한국교회 선교도 배척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서구선교의 잘못과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자신을 고치고 배우려는 자세를, 다수 세계를 향해서는 불교국가에서 복음화를 이룬 경험과 한국교회가 선교에 몰입하게 된 경험을 나누는 동시에 다수 세계 국가들과 같은 처지에서 겸손하게, 동등한 낮은 마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김 목사는 영국과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140여개국을 다니면서 깊이 깨달은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0년 교회사에서 500년마다 기독교의 지각변동이 있었으며 20세기의 기독교 변화는 지난 2000년을 합친 것보다 큰 지각변동이라고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의 주류 교회들이 지속적인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반면에 브라질의 개신교는 31%를 넘어섰고 중남미의 과테말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개신교 비율이 60%를 넘어섰다고 했다. 2021년 아시아의 기독교 인구는 무려 3억8000만 명을 넘었고 이 지각변동은 이전 교회가 지녔던 가치와 전통 그리고 모든 흐름이 무너지고 마치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일어나 변혁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또 이미 가톨릭에서 개신교회로의 지각변동을 경험한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한국교회의 성령운동, 제자훈련, 선교 헌신, 지도자 훈련 그리고 성경적 신학훈련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숙과 완숙 또는 홀로서기로 침체의 늪에 빠진 세계 기독교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 선교 대국의 위치에 올랐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세계에 교회 개척, 지도자 훈련, NGO(비정부기구) 사역, 긍휼사역, 문서사역 등을 감당할 때 가장 문제가 된 한국적 위계질서, 유교적 가부장 문화, 권위주의, 문화 우월주의, 한국식 식민주의 선교, 물질주의 선교, 건물 위주의 물량주의 선교, 교단주의 선교가 크게 비판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점에 대해 김 목사는 본국 교회가 세계선교의 모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계선교는 본국 교회의 성숙도만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교단 제도 문화 관계망 등이 다른 나라에 모를 옮겨 심듯 그대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는 본국 교회가 성숙하지 못하면 선교지도 결코 성숙한 교회를 세울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교단 교파 주의, 물질주의, 물량주의에 익숙한 한국교회가 선교지에서도 선교사들의 교단주의와 감투싸움에 찢기고 상하여 선교사끼리도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사례가 고질처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물질주의 선교로 수없이 많은 교회 건물을 세웠으나 정작 교회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복음을 전할 지도자를 키우지 못해 빈 건물로 버려진 교회 건물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했다. 선교사끼리의 지나친 경쟁은 상대방 사역자를 빼앗아 옴으로 선교지의 사역자들이 고용된 삯꾼 목자들이 되고 있다고 아프게 지적했다.

두 번째는 한국교회의 성숙도만큼 선교지의 사역도 성숙해진다는 논리다. 서구선교가 수많은 비판을 통해 자정되고 바른 선교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처럼 한국교회도 공급자 입장 선교가 아닌 수요자 입장 선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나 나라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들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를 듣고 그것을 준비하고 협력하여 각 지역과 나라들의 교회와 사역을 도움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유럽의 세속화는 2000년 기독교 문명을 이루고 세계선교의 중요한 축이었던 유럽이 어떻게 기독교와 멀어지게 됐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럽 기독교가 쇠퇴의 길을 간 것은 기독교가 신앙이 아닌 문화로 전락하고, 교회는 국가가 제공하는 종교세와 국가 보조에 안주하고 목회자는 교권제도에 안주해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김 목사는 설명한다. 신학은 성경의 본질을 떠나 자유주의에 빠지게 돼 유럽 교회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세상의 비판과 더불어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판과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치 의사가 고통을 수반하는 환처인 암을 제거하듯 우리가 고칠 것, 버려야 할 것, 그리고 개선하여 나아갈 것에 대해 결단하여 새롭게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교회와 한국 선교사들이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입니다.”

김 목사는 20세기 기독교의 지축 이동과 지각변동은 기독교의 중심축이 서구권에서 비서구권으로 옮긴 것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모두 다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가톨릭에서 개신교회로 수평 이동을 한 중남미 교회는 심각한 번영신학을 기조로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교회 부흥은 전통종교 및 민속종교의 행태를 띤 아프리카의 조상숭배 및 전래 종교의 관습을 겉모습만 바꾼 혼합종교의 양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인적 구원의 복음을 물질적 축복만 강조하고, 전인적 치유는 단순한 육체적 신유만을 내세우며 확증편향식 기독교 신앙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 사고와 가치관을 바탕으로 성경에 내가 필요한 것만 강조해 믿음을 강요하는 다수 세계 기독교의 다양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김 목사는 결론적으로 성경 말씀 전체의 균형과 깊이에 기반한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재차 강조했다.

20일 미국으로 돌아간 김 목사는 향후 한국교회가 어떤 전략과 어떤 목표를 어떻게 세워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한국교회는 크게 5가지 이정표를 세워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우선 성도 개개인을 세계교회를 선도할 수 있는 말씀과 기도와 삶과 인격과 영성이 균형 잡힌 사람으로 제자화하는 성숙한 한국교회가 되도록 교계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할 것을 요청했다. 두 번째는 물질주의, 세속주의 가치관에 함몰된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하나님나라의 일꾼이 되어 한국과 세계에 물질과 세속을 넘어서 오는 하나님나라를 위한 삶을 살아가도록 범 교계 캠페인을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세 번째는 물량주의 선교가 아니라 이제는 단 한명이라도 국격과 세계적 규준에 맞는 수준 높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그에 걸맞은 인내와 기다림을 아는 선교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겨 나갈 것을 촉구했다. 네 번째, 격변하는 세계교회에서 한국교회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들어주고 경청함으로써 선교지의 필요를 채워주고 성장과 부흥을 주도하는 한국 선교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다 함께 지혜를 모아가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류를 통해 한국이 세계에 알려진 것처럼 기독교에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한류 선교를 제시함으로 세계 기독교 부흥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학수고대한다고 했다.

글·사진=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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