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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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 공동체 이룬 ‘농·농교회’, 어르신 마음을 열다

입력 2022-12-12 03:05:01
전북 익산의 제성침례교회 성도들이 8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해 일주일 치 반찬을 만들고 있다. 제성침례교회 제공


제성침례교회 옆 동네인 와초리의 와초침례교회 성도들이 교회 식당에 마련된 빨래방에서 이불 세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이 교회는 거동이 어려운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빨랫감을 수거·세탁·배달까지 해준다. 와초침례교회 제공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 22:39)

지난해 설립 55주년을 맞은 전북 익산의 제성침례교회(김동현 목사)는 이 성경말씀을 모토로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기로 했다. 인근 웅포면에 거주하는 80세 이상 어르신 30여명에게 일주일 치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는 ‘든든한 도시락’ 사역이다. 마을을 3개 구역으로 나눠 2인 1조씩 3개팀이 활동한다.

주일학교 어린이까지 합쳐야 교인 수 26명에 평균 연령 70세가 넘는 작은 농촌교회가 30인분 넘는 반찬을 만드는 일이 버거울 법도 했다. 지난 9일 교회에서 만난 김병환(70) 장로는 “교회 재정도 넉넉하지 않아 사역이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럼에도 다들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제성교회 성도들은 반찬을 건네면서 어르신들로부터 받아오는 게 있다. 빨랫감이다. 김동현 목사는 “이불 같은 큰 빨래는 젊은 사람도 하기 버거운데 어르신들은 얼마나 힘들겠냐”며 “반찬 드릴 때 빨랫감 있냐고 물어보고 받아온다”고 말했다. 그렇게 받은 빨래는 옆 동네 와초리에 있는 와초침례교회(임영식 목사)로 향한다.

와초교회는 지난여름 대형 빨래를 할 수 있는 25㎏, 21㎏짜리 세탁기와 21㎏, 17㎏짜리 건조기를 각 1대씩 구입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설치된 이 교회 식당은 150여 가구에 달하는 와초리 주민 모두의 마을 빨래방이 됐다. 빨래방 이름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와초 사랑의 빨래방’이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 전화를 주면 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직접 빨랫감을 수거·세탁·배달까지 해 준다. 빨래방은 와초리 주민은 물론 제성교회 성도들과 인근 개척교회 목회자들도 고객이다. 아울러 와초교회에 다니는 어르신 두 명은 매주 제성교회 반찬을 받는다.

이 두 농촌교회가 지역 어르신을 함께 섬길 수 있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가 지난해 시작한 ‘리칭 아웃 처치 프로젝트(RCP)’를 통해서다. 지역교회에 500만원을 지원하면 그 재정을 섬김·구제 사역에 사용해 지역사회에서 칭찬받는 교회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제성교회는 반찬사역 1개월째가 됐을 때 RCP 소식을 듣고 지원서를 내 지원금을 받았고 올해도 선정됐다. 와초교회는 올해 처음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 7월 RCP 지원을 받는 교회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각자의 사역을 도우며 함께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도·농교회’에 이어 ‘농·농교회’가 손을 잡은 것이다. 이들 목사는 “강남중앙침례교회 지원으로 협업이 가능했고 사역의 마중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성교회는 새로운 사역에 나섰다. 지난해 서울의 한 성도가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오래된 제성교회 차량을 보고 선물한 SUV를 ‘행복콜 버스’로 변신시켰다. 동네에서 익산 시내나 장터까지 거리도 먼 데다 버스 운행 횟수도 적은 데 착안한 것이다.

이들 두 교회가 손잡은 ‘섬김의 향기’는 지역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웅포면사무소는 제성교회의 반찬을 만드는 식당을 연결해 주고 복지사업에 협조를 구한다. 와초교회도 성당면사무소와 함께 빨래방 사역을 면 단위로 확장하기로 했다.

뜻밖의 열매도 있다. 김 목사는 “거부감을 갖던 주민들이 반찬을 통해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빨래방 광고지는 전도지가 됐다. 임 목사는 “사역은 은사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했더니 전도가 됐다”고 말했다.

익산=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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