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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트리 배달이요∼” 교회가 교회에 아름다운 나눔

입력 2022-11-22 03:05:01
중심교회 The HUB 교역자 가족이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 향림교회에서 성탄트리를 꾸미고 있다. 중심교회 제공


매년 어려운 이웃교회에 성탄절 트리를 선물하는 교회가 있다. 강남연동교회(홍정근 목사·이하 연동교회)와 중심교회 The Hub(이기둥 목사·이하 중심교회)는 최근 인천에 있는 교회 3곳과 제주 서귀포에 있는 교회 1곳에 성탄절 트리를 설치했다. 트리는 연동교회가 준비하고, 트리를 꾸미고 세우는 일은 중심교회 이기둥(48) 목사와 성도들이 맡았다. 준비는 연동교회가 하고 배달은 중심교회가 맡은 셈이다.

홍정근(64) 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몇 해 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우리보다 더 작은 교회에 성탄트리를 세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첫해 5개 교회에 트리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트리를 선물해 왔다. 주로 개척교회를 돕는 거라 성도들도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올해 트리의 높이는 2.2m. 하얀 가지가 특징이다. “와~ 멋지다!” 성탄트리에 불이 켜질 때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지난 14일 트리를 선물 받은 제주 서귀포 향림교회 김기동 목사는 “성탄절을 앞두고 뜻밖의 선물을 받게 돼 기쁘다”며 흐뭇해했다.

트리를 설치할 교회는 주변 교회나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올해 설치한 4곳은 교단이 모두 다르다. 향림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인천 연수구 꿈꾸는교회는 예장백석, 인천 남동구 넘치는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인천 부평구 오병이어교회는 예장합동 소속이다. 향림교회를 제외한 3곳엔 20일 설치됐다. 수세미로 쓸 수 있는 도넛 모양의 리스(wreath)와 메모지, 장식품은 중심교회 성도들이 직접 준비했다.

인천 교회 2곳에 트리 설치를 도운 박정혜 중심교회 집사는 “나는 멋진 트리를 배달하는 심부름만 한 건데 받으신 분들이 하나님에게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해 참 감사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트리 설치 과정에 특별한 원칙은 없다. 다만 홍 목사님이 개척교회에 가서 물 한 잔도 마시지 말라고 해서 그건 철저히 지켰다”며 웃었다.

두 교회는 대형 교회가 아니다. 2021년부터 경기도 성남 수정구의 한 공간을 같이 쓰는 ‘공유 교회’다. 두 교회는 장년 성도가 각각 30명가량 된다. 연동교회 성도가 중심교회 성도보다 연령대가 더 높은 정도 차이가 있다. 홍 목사는 “크리스마스 정신은 나눔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며 “우리보다 더 어려운 교회와 작은 것을 나눔으로써 성탄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교회 안의 나눔이 다가오는 성탄절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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