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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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엄친딸 기대에 무거운 짐… 스트레스에 불안·강박… 회개하고 주님께 모두 맡기자 공부도 즐거워져

입력 2022-11-14 03:10:01


외동딸로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7살 때 잘 되던 아빠 사업이 하루아침에 망하며 엄마도 일을 나가셨다. 엄마의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모든 일을 혼자 해 나갔다. 혼자 공부를 하고 준비물을 챙기고 학원도 알아서 갔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냈고 성적이 좋아서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정해놓은 공부를 끝내지 못하면 새벽 2~3시까지 잠을 자지 않았고 육상대회, 독창대회, 웅변대회, 수학경시대회, 글짓기 대회 등 모든 교내상과 대외상을 휩쓸었다. 항상 대표로 앞에 나가 상을 받다보니 교장 선생님이 1200명이 넘는 전교생 중에 유일하게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아이가 되었고 상장을 스크랩 하던 아빠는 너무 많이 받아오자 나중엔 그냥 구석에 쌓아두었다.

소문은 엄마들 입에서 입으로 퍼져 공개수업 등 학부모가 학교에 오는 날이면 엄마는 학부모들의 상담 요청에 곤욕을 치르곤 했다. 남들 보기에는 그렇게 완벽에 가까웠지만 사실 나는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지쳐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정말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고 갈수록 커지는 자리에 대한 불안감과 강박감에 시달렸다. 그런 내 속도 모르고 툭하면 ‘엄지나니까…’ 하는 칭찬들은 무거운 짐으로 나를 눌렀고 그런 기대의 시선에 다시 또 이를 악물며 몸부림쳤다.

이런 성격과 삶은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암송대회에서 찬양까지 늘 선두자리를 지키며 전도왕도 늘 내 차지였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친구가 “지나야!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 하는 질문을 했다. 대충 대답하며 슬쩍 넘어 갔지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무렵에 나를 깨뜨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알코올 중독에다 은둔생활, 자살 시도까지 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이모가 한마음교회에 다녀 온 후 180도 달라진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이모의 변화는 우리 가족 모두의 발길을 한마음교회로 옮기게 했다.

끊임없이 부활만 선포하는 목사님의 설교가 너무 특이하고 신선했다. 하지만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야 한다는 말씀은 조금 마음에 걸렸다. 지금까지 내 힘으로 인정받으며 최고로 살았는데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라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주인이라며 기쁘게 간증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왜 나는 저들처럼 감격의 고백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다 여름수련회 때 본 성극이 흔들리던 내 신앙의 종지부를 찍었다.

형을 미쳤다고 하던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가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라며 굴복한 후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다가 순교하는 장면에서 내 생각은 정지되었다. ‘아! 야고보는 정말 부활을 보았구나! 내 생각, 느낌과 상관없이 이미 이뤄진 사실이구나!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진짜 나의 주인이 되어주셨구나!’ 야고보 같은 고백이 터져 나왔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신 것이 선명해지니 하나님께서 회개하기 원하시는 죄 또한 분명히 보였다. 그동안 내가 최고라고 했던 것들이 모두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은 회개해야 할 악랄한 죄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 남들이 바라보는 나,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만물의 통치자가 내 안에 계시니 어떤 문제도 문제가 아니었고 공부의 목적도 완전히 달라졌다.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주님께 맡기니 공부 자체가 즐거웠다. 점수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아파트 단지에 전도지를 나누어 주고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큰 기대로 심적 압박을 받던 친구에게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복음을 전했다. 결국 친구는 네 말이 다 맞다며 너무 고마워했다.

그렇게 복음을 전한 친구들과 함께 매주 예배를 드렸다. 예배 준비가 부담이 되어도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고 시간이 지나며 친구들이 하나 둘씩 회개의 역사가 일어났다. 예수님이 주인이 아니라 연예인이 또는 성적이, 또는 남자친구가 자신의 우상이었다고 눈물로 회개하는 친구들이 나오고, 함께 복음을 전하는 동역자도 하나 둘 늘어갔다.

교대를 졸업하고 원주에 첫 발령을 받았다. 날마다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좋다. 내 안에 예수님이 계시니 아이들의 모습이나 상황과 관계없이 진심으로 품고 사랑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신 주님의 사랑으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마음을 함께하고 마음껏 사랑하는 나는 이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교사다.

크리스천 선생님들과 매주 모여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반 아이들 몇 명과 방과 후엔 복음을 나눈다.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는 학급 아이들과 교직원들에게 간단한 선물과 정성 들여 만든 믿음의 메시지도 잊지 않고 전한다.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그 큰 사랑으로 내 안의 예수님과 기쁨으로 동행하며 내게 주신 영혼들을 마음껏 사랑하다가 주님 만나 뵙는 날, 작은 부끄러움도 없이 사랑하다가 왔다고 포근히 안기고 싶다.

엄지나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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