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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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지역 명소’ 찾아 남들과 다른 독특한 여행

입력 2022-11-02 20:40:02
전북도가 올해 선정한 ‘지역 유니크 베뉴’인 완주군 소양면 산속등대. 40년간 방치됐던 제지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한 곳으로, 지름 3m 높이 33m의 공장 굴뚝이 등대처럼 보인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인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왕의지밀.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부터 컨벤션센터 같은 전형적인 회의시설 외에 특색 있는 회의 장소를 ‘코리아 유니크 베뉴(Korea Unique Venue)’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매력과 특색을 가지고, 오래 기억될 독특한 장소적 경험을 제공하며, 마이스(MICE) 행사가 가능한 공간과 시설을 갖춘 ‘이색 지역 명소’다. 회의 외에도 개최지의 문화·역사·일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마이스 행사 참가자들의 욕구를 충족시길 수 있도록 회의 일정과 연계해 개최지 주변을 둘러보는 프리 투어, 포스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이스는 기업 회의(Meeting), 포상 관광(Incentive travel), 국제 모임(Convention), 전시 박람회 및 이벤트(Exhibition and event)의 줄임말이다.

전북 유니크 베뉴의 중심에는 전주와 완주가 있다. 도로와 철도 교통이 발달해 있고, 행사 전후로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연계 관광지도 풍부하다. 현재 전국 39곳 가운데 전북권에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왕의지밀 2곳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산속등대 등 전북도가 선정한 지역 유니크 베뉴도 여럿 있다.

서울에 예술의전당이 있다면 전주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있다. 규모 또한 예술의전당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만큼 최첨단 무대 시설을 갖춘 대형 공연 공간 ‘모악당(2037석)’을 비롯해 다목적 공연장 ‘연지홀(666석)’, 국악 전용 공간인 ‘명인홀(206석)’, 최대 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까지 다양한 공연 공간을 갖췄다. 특히 250석 규모의 대회의장과 중소회의장 등 5개실로 구성된 국제회의장에는 6개 국어를 동시통역할 수 있는 수신기가 설치돼 완벽한 국제행사를 지원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간 배치다. 우리 전통 가옥처럼 진입부, 주공간, 후정으로 이어지는 공간 전개를 따랐다. 마당을 중심으로 사면에 건물을 배치하는 일명 ‘사동중정(四棟中庭)’이다. 주 출입구를 건물 중심에서 조금 왼쪽으로 치우치게 냈고 중앙부에는 나무숲을 조성했다. 방문객은 우회 진입을 통해 공손함을 배우고 건물은 은밀함을 이야기한다.

전주 이씨의 생활 터전이었다는 전주시 대성동 기린봉 아래 자리한 왕의지밀은 고품격 한옥 호텔이다. 지밀(至密)은 왕의 침소를 뜻한다. 입구에는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컨벤션센터가 자리하고 안쪽엔 체크인 공간인 ‘승정원’이 그 뒤로 숙박 공간인 2층 한옥이 줄지어 있다. 컨벤션센터에는 첨단 장비를 갖춘 6개의 크고 작은 컨벤션 공간이 있다. 대규모 학술회의와 기업 연수는 물론 소규모 회의나 세미나까지 수용할 수 있다.

숙소인 한옥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11개 동에 총 64개 객실을 갖췄다. 정1품∼정5품으로 등급을 나눠 각 한옥마다 태조관, 태종관, 선조관, 영조관, 정조관, 고종관 등 조선 왕들의 이름을 붙였다. 주변의 산과 들이 감싸 안은 한옥 채가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용을 형상화한 것으로,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친 듯 우아하게 내려앉은 기와지붕과 한옥 특유의 유려한 곡선미가 그윽한 풍경을 펼쳐낸다. 한옥 채 앞 잔디 마당은 가든파티, 야외웨딩 등 이벤트를 열기에 안성맞춤이다. 낮에는 새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깊어가는 가을밤의 낭만을 완성한다.

올해 선정된 전북 유니크 베뉴의 대표는 완주군 소양면 ‘산속등대’다. 40년간 방치됐던 제지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공장 건물을 재활용한 미술관과 공연장, 체험장, 놀이터, 카페 등이 꾸며졌다.

입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붉은 벽돌 벽이 우뚝하다. 형상만 또렷한 큰 창과 문을 가진 벽이 이어져 있다. 박공지붕의 건물 세 채도 나란하다. 가운데 벽의 문으로 들어가면 사라진 건물이 남겨놓은 기둥들이 회랑으로 열린다.

등대는 지름 3m, 높이 33m의 공장 굴뚝이었다. 등대 아래 모래로 조성된 바다에서는 몸길이 7m인 흰수염고래가 웃고 있다. 그 옆에는 기존의 폐수처리장을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킨 야외극장도 갖췄다. 또 다른 폐수처리장은 키 큰 원형 건물로 로마의 야외극장을 닮은 야외 공연장이 됐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공간도 다양하다.



전주·완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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