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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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소행성으로부터 지구 방어

입력 2022-09-28 04:15:01


2016년 7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류미래연구소는 과학지 ‘사이언스’에 ‘인류 종말의 날 4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태양풍, 화산 폭발, 밀림 대형화재와 함께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우주충돌’이 꼽혔다. 공룡 멸종의 유력한 가설로 알려지다 보니 혜성 혹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지구 멸망 시나리오에서 빠지지 않는다.

실제 지구에는 외부 천체와의 충돌로 생긴 듯한 운석공이 200여개 있다. 가장 최근 충돌은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주에서 일어났다. 지상 30~50㎞ 상공에서 폭발했음에도 주택과 건물 약 7000채가 파손되고 15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소행성 지름이 고작 17m에 불과했지만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0배에 달하는 위력을 지녔다고 한다. 서울에 지름 100m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도시 전체가 전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공포와 우려를 영화계가 놓칠 리 없다. 1998년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과 혜성을 핵폭탄으로 막으려는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상영됐다. 2020년 ‘그린랜드’, 2021년 ‘돈 룩 업’까지 소행성 혹은 혜성과 지구 충돌은 SF물의 주요 소재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05년 1월 영화 제목에서 따 온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를 발사했다. 6개월간 4억3100만㎞를 날아간 딥 임팩트는 충돌체(임팩터)를 ‘템펠1’ 혜성에 충돌시키는 데 성공했다. 첫 혜성 충돌 프로젝트였는데 목적은 태양계 기원을 연구하기 위함이다. 순전히 소행성에 대한 방어 목적의 실험이 27일 사상 처음 지구에서 약 1120만㎞ 떨어진 우주에서 이뤄졌다. 10개월간 비행한 우주선 ‘다트’가 이날 시속 2만2000㎞의 운동충격체가 된 채 지름 160m 소행성 다이모르포스를 들이받았다. 다이모르포스 궤도가 바뀌었는지 여부는 수 주일 후에 나온다. NASA 관계자는 “우리 행성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앞으로 소행성 충돌 영화는 상상의 나래가 아닌 과학의 고증을 통해 만들어질 것 같다. 인류의 두려움을 없애준 과학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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