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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기자의 신앙적 생각] 선진 강군? 영혼 위로·소생시키는 정신무장부터…

입력 2022-09-17 03:10:01
군사학에선 유형전력보다 무형전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종교에 기반한 정신교육이 근본적인 무형전력의 구성 요소이다. 지난해 열린 군종목사 선교대회에서 군목들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군대에선 유형전력과 무형전력이 있다. 유형전력은 형태가 명확히 있고 이를 기반으로 실체와 가치가 존재하는 힘을 말한다. 가령 군사나 병장기(兵仗器) 규모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무형전력은 형태가 없는 상태에서 실체와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힘을 말한다. 한마디로 정신전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군사학에선 유형전력보다 무형전력을 더 중요시한다. 유형전력은 더하기의 전력 강화를 나타내지만, 무형전력은 곱하기의 전력 강화를 나타낸다고 서술돼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피보다 그 안에 있는 속근육을 더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보면 규모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군대가 투철한 무형전력으로 승리를 거둔 사례들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지속된 ‘중동전쟁’에서의 이스라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무형전력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 전투력 증진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정신교육일 수 있다. 그러나 종교에 기반한 정신교육이 더 근본적인 무형전력 구성 요소라는 평가가 많다. 군대는 그 어느 곳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근접해 있는 곳이다. 생사를 결정짓는 전쟁을 항상 대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소생시키는 일은 필요한 과제이다. 해당 과제가 적절히 달성돼야 장병들이 온전한 정신 상태 속에서 전투력도 배양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일반적인 정신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로지 종교에 기반한 정신교육만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인간의 생과 사에 대한 고찰, 영혼을 깊이 있게 다루는 유일한 분야가 종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종교에 기반한 무형전력을 등한시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지만, 군대 내에서 자율, 인권을 명분으로 종교를 권장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때 신앙전력화의 핵심 통로로 여겨졌던 군대 내 ‘사생관 교육’이 대부분 군부대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더욱이 비전투병과라는 이유로 군종병과에 대한 푸대접이 심화돼 군종목사 등은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기 일쑤다.

이는 해외 선진국과 대비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전통적으로 선진 강군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종교에 기반을 둔 무형전력의 중요성을 한없이 강조한다. 관련 교육이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물론 일반 정신교육이나 전투 훈련보다 더 많이 행해질 때도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참호 속에서는 무신론자가 나올 수 없다”라는 인식이 전군에 일반화돼 있어, 장병들의 교육 수용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군종병과 최고 계급이 대령인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 국가의 군종병과 최고 계급은 준장에서 중장까지다. 일반 전투병과와 다를 바 없이 군종병과의 수장도 당당히 ‘장군’ 자리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종교에 기반한 무형전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녹록지 않은 대내외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군대 내 기강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특히 무형전력이 점차 약화하다 보니, 군대 내에서 일반 병사는 물론 간부들까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은 종교에 기반한 무형전력 강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해법은 있다. 너무 멀리 갈 것도 없이 유형전력과 무형전력을 적절히 배합한 선진국들을 모범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심을 두고 권장하고 지원하면 된다. 그것만이 미래에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 강군’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 아닐까.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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