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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대담] “한국교회,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 통해 제2 도약 이루자”

입력 2022-01-05 03:10:01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4일 여의도 교회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신년 대담에서 코로나19 시대의 신앙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목사는 “팬데믹이 길어지고 있지만 말씀의 생활화와 성령충만, 절대긍정의 믿음으로 이겨나가자”고 강조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4일 국민일보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성령충만·절대긍정’을 제시했다. 이 목사는 선교와 함께 구제를 교회 사명의 양대 축으로 꼽으면서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을 강조했다. 지난해 하늘나라로 부름 받은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내비쳤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던진 숙제가 있을 것 같다.

“이단 신천지 때문에 우리(한국교회)가 도매금으로 묶여 한국교회 전체가 비판을 받았다. 그 현실 이면에는 한국교회가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하지 못한 자체의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교회의 교권·물량주의가 우리 사회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사회의 질책이 교회로서는 아프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자. 사회적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는 기독교가 돼야 한다.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재정비해서 한국교회 제2 도약의 계기로 삼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말 독거노인과 다문화 가정, 탈북민 등 소외 이웃을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구제와 나눔은 초대교회 핵심 사역 중 하나였다. 가난하고 약한 자를 돌보는 것은 예수님의 명령이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다. 우리 교회는 지난 64년간 선교와 구제 사역에 힘써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더욱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소년소녀가장, 미혼모,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우리 사회 약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는 이때, 한국교회는 나눔과 섬김에 더 힘써야 할 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가적 문제 해결에 한국교회 역할론도 주목된다.

“많은 전문가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저출산 문제’를 꼽고 있다. 핵심 정책으로 영아기 집중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식하고 파격적인 출산 장려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주거(주택) 문제를 해결해주고,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는 양육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 또 낙태를 막아야 한다. 낙태를 합법화할 경우, 저출산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는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는 창조 명령에 따라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9년간 4100여 가정에 40억원 이상 지원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교회 이탈이 두드러진다.

“청년들에게 건강한 인생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의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신앙적 가치관을 심어주기에는 기독교와 우리 사회의 괴리가 심하다.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에는 크리스천이 없다고 하더라. 알아보니 ‘가수 활동 기간에는 종교를 갖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종교를 갖지 않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이고, 기독교를 비롯해 그만큼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기독교는 생명을 살리는 종교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교회는 청년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메타버스나 유튜브 등 요즘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연구하고 파악해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기독청년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학업 문제와 직장생활, 부모와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있을 텐데 문제의 근원적인 해답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 있다.”

-코로나19는 목회 방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온·오프라인 사역이 같이 가야 한다. 특히 모이거나 흩어지더라도 성령 충만이 있어야 삶의 현장에서 신앙의 역동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지만 강력한 성령 체험으로 한국을 뒤흔들었던 1907년 평양 대부흥의 재현을 소망한다.”

-10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평양심장병원 건립 사업에 낭보가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양심장병원 건립을 위해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북한에 들여보낼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의료 장비부터 건축 자재까지 총 1200여개 물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11년간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는 만큼 우리 교회는 성공적인 완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됐다. 봉쇄가 풀리고 공사가 재개된 뒤 완공까지 이어지면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측에서는 북한 전역 260여곳에 인민병원, 우리 식으로 말하면 보건소 같은 병원을 건립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평양심장병원과 함께 북한 전역에 병원 세우기 프로젝트를 한국교회와 진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사역까지 이어진다면 남북 교류 역사에 놀라운 진전과 변화가 있을 것이다.”

-4대째 신앙 가문에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 가족 가운데 남자는 장로 아니면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부모님이 아들 넷을 낳으면서 장남부터 주의 종이 되라는 기도를 많이 하셨다. 결국 형제 중 둘째인 내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고, 셋째는 선교사로 헌신 중이다. 내가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이라 믿고 있다.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목회 철학이 궁금하다.

“순복음교회에서만 59년째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배운 게 ‘절대긍정’의 신앙이다. 신앙 자세에 따라 우리 삶과 운명이 결정되는 것 같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열두 정탐꾼 가운데 열 명은 부정적으로 보고했다. 결국 죽었다. 여호수아와 갈렙만 살아남았다. 그것이 신앙인의 자세다. 절대긍정의 자세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면 우리 목적지까지 이끌 것이다. 그 길을 이끄는 힘은 성령충만이다.”

-고 조용기 원로목사를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났다. 조 원로목사는 어떤 분이었나.

“우리 집 아래에 사시던 조 목사님은 늘 지나가며 장난스럽게 나를 툭 치고 가실 정도로 아들처럼 사랑해 주셨다. 어릴 때 뵈었던 조 목사님은 마르고 키가 큰 기억이 있다. 걸음도 설교 속도도 빨랐다. 설교는 늘 힘 있고 감동을 줬다. 학창 시절에도 부흥회와 금요철야, 새벽예배 등 조 목사님 설교를 빠짐없이 들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 과정마다 시험을 볼 때 목사님께 기도를 받았다. 제 인생의 영적 아버지이면서 멘토셨다. 그분의 뜻을 거역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자세였다. 어머니도 주의 종 말씀에 순종하라고 항상 강조하셨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7차례에 걸친 해외 사역에 이어 종착역으로 이곳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왔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지금도 조 목사님이 남긴 영적 유산의 두 축인 성령충만과 절대긍정을 중심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올해는 국가적으로 지도자를 뽑는 해다. 어떤 지도자가 필요하나.

“간단하다. 국민을 섬길 줄 아는 지도자다. 예수님이 연약하신 몸으로 로마 병정에 의해 끌려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 같지만 사랑으로 온 세계를 다 품으셨다. 권력이 정점으로 치달으면 국민을 섬기기보다 다스리려 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된다. 국민 앞에 겸손하고 진실하며, 섬김으로 공평과 정의를 실천하는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

-최근 신천지 등 이단이 코로나19를 틈타 활개 치고 있다. 가짜뉴스와 편파 보도 등 각종 언론 매체의 일탈도 심각하다. 국민일보를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국민일보는 한국의 6만 교회, 10만 교역자를 하나로 묶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핵심 진리와 가치가 어느 한 진영에서 독점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국민일보는 진영의 편가르기보다 보수와 진보를 함께 아울러 달라. 중심을 잡고 정론지가 되어 달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새해를 맞이한 성도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나.

“말씀의 생활화다. 성경 말씀과 삶이 일치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 우리 사회가 한국교회를 비난하는 이유는 말씀과 삶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씀대로 살아가는 주의 종들이 되길 바란다. 코로나19라는 겨울이 길어지고 있지만 기대 이상의 봄을 기다리자. 고난 후에 다가올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며 절대긍정, 믿음의 길을 함께 걸어나가자.”

정리=임보혁 박재찬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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