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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코로나시즌2, 최상·최악의 시나리오

입력 2021-12-30 04:10:01


2021년이 저물고 있다. 31일이면 21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기록될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보고된 지 2년이 된다. 인류는 코로나에 대항할 무기인 백신과 치료제를 재빠르게 개발해 반격에 나섰지만 델타 변이에 이어 불과 한 달 전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의 위세에 눌려 두 해 연속 우울한 새해를 맞게 됐다. “바이러스의 시간은 바이러스가 정한다”고 한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말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일찌감치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의 종식이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에선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실상 인류가 집단면역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한 사례는 ‘손님마마’로 불렸던 천연두가 유일하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도 거의 박멸 단계에 있는데, 두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변이가 쉽지 않은 DNA 바이러스다.

반면 인플루엔자(독감)나 사스(SARS), 메르스(MERS) 그리고 코로나는 모두 RNA 바이러스로 변이가 쉽게 일어나 아무리 백신이 개발돼도 완벽한 종식은 불가능하다.

델타 변이보다 몇 배 강한 전염성과 백신·치료제 회피력을 가진 오미크론이 글로벌 우세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내년 1월 중순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수준인 30억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제와는 차원이 다른 코로나 시즌2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그렇다면 오미크론이 지배하는 새해는 암울하기만 한 걸까. 집단면역이 힘들다면 이 지긋지긋한 마스크는 영영 못 벗는 것인가.

주기적으로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플루엔자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망률이 3%에 달해 2년에 걸쳐 약 5000만명의 희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은 갑자기 사라졌는데, 일부 전문가는 집단면역이나 백신이 아닌 바이러스의 순한 변이에 따른 멸종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주장의 이론적 근거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세지면 독성은 떨어지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증상이 약하고 중증화나 입원율, 사망률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몇몇 과학자들은 “오미크론이 감기나 독감 수준으로 전락해 팬데믹 종식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더라도 더 이상 인류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게다가 백신을 추가 접종(부스터샷)하면 어느 정도 감염예방과 중증화율,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인플루엔자도 스페인독감 이후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신종플루 등 형태로 산발적 유행을 일으켰지만 1933년 개발된 백신 접종으로 힘이 약화했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오미크론의 순한 바이러스로의 진화 이론이 맞아떨어지고 백신 추가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지면 이 지겨운 코로나 정국을 끝낼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는 향후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 즉 엔데믹(endemic)이 되고 매년 백신 접종이 필요할 것이란 게 과학계 중론이다. 완전한 종식이나 집단면역이 안 되더라도 치명률이 독감 수준(0.05~0.1%)으로 낮아지면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변수는 있다. 오미크론은 아직 정체를 다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 국가에선 사망자도 보고되고 있다. 또 강한 전염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 위중증, 사망자 증가로 이어져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여기에 오미크론보다 센 변이가 등장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걸 막으려면 백신 추가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하고 변이 출현의 근원인 미접종자와 불평등 접종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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