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가정예배 365-12월 25일] 탄일종

입력 2021-12-25 03:05:02


찬송 : ‘저 들 밖에 한밤중에’ 123장(통123)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누가복음 13장 33절


말씀 :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성탄절은 믿는 이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가 돼 주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이 기쁨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된다는 것에서 우리는 성탄절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묵상하게 됩니다.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 귓가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 곡 탄일종. 짧으면서도 명랑한 정서를 담고 있는 동요인 탄일종의 작곡 배경에는 기쁨과 슬픔의 위로가 교차합니다. 이 곡은 1949년쯤 장수철 박사가 작곡하고 그의 부인 최봉춘 여사가 작사한 우리나라 순수 성탄 캐럴입니다.

성탄절을 맞아 교회학교에서 독창을 하게 된 아들을 위해서 만든 곡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부는 그 어린 아들을 잃게 됩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비통함 속에서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납니다. 유난히 추운 그해 12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피난을 가면서 적어간 일기에는 절절한 부모의 슬픔이 묻어납니다.

그 눈물의 일기에는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 어린 아들이 불렀을 그 노래를 피난의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부릅니다. 점점 노래의 가사는 기도가 됩니다. 혹시라도 저 너머 마을에 이 추위를 견디고 몸을 기댈 예배당이 있기를, 비록 아들은 이 땅에 없지만 그가 부른 성탄의 노래가 어느덧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눅 13:33)

아기 예수의 탄생이 우리에게 기쁨이요 동시에 슬픔의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결말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길의 끝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예루살렘에서 죽는 것입니다. 세상의 중심인 예루살렘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탄생은 기쁨과 슬픔의 위로가 교차합니다. 말 구유의 아기 예수와 골고다의 십자가가 오버랩됩니다.

어린 시절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라는 대목을 부를 때면 늘 시골 산골의 오막살이를 살고 있는 가난했던 저희 집을 떠올렸습니다. 성탄절에 시골 교회 예배당의 종소리가 마치 저희를 위로하시는 은은한 주님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려웠지만 성탄절은 그렇게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잠시 주위를 돌아봅니다. 슬픔의 위로가 필요한 오막살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영혼들이 보입니다. 그곳에 탄일종의 소리가 들려야 합니다. 누군가 절망의 끝자락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성탄의 종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성탄의 이른 새벽, 추위를 뚫고 탄일종을 치러 주님께로 나아갑니다.

기도 : 주님 성탄의 위로가 절망 가운데 있는 주의 자녀들에게 은은히 들려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김혁 목사(변두리교회)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