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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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예배 365-12월 21일] 기다림의 미학

입력 2021-12-21 03:10:01


찬송 : ‘주 예수 내 맘에’ 289장(통208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이사야 30장 18절


말씀 : 근래 우리는 참 특별한 경험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들을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기와 독감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연례행사 정도였습니다. 몸살이 나면 뜨거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풀어서 한 사발 말아먹습니다. 이불 뒤집어쓰고 땀 한번 푹 내면 거뜬히 다음날 회복됐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전염병 코로나는 전혀 양상이 다릅니다. 마치 중세 유럽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흑사병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당시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억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도시 전체 5000명이 하루에 목숨을 잃기도 했고 아예 한 나라 자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아주 끔찍하고 무서운 전염병이었습니다. 당시 의료체계가 빈약한 시대인 걸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재앙임에 틀림없습니다.

재해나 전염병과 같은 재앙을 겪게 되면 나타나는 공통적인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다림입니다. 가진 자나 가난한 자, 건강한 자나 병든 자 교회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재난과 재앙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게 됩니다. 오직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우리의 기다림은 단지 이 시기만을 모면하기 위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재앙과 재난을 마주하며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에는 소중한 의미와 진리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기다림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릴 것을 기다려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있는 목적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사야서는 심판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것도 전 세계적인 심판입니다. 실제로 무서운 심판이 일어납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심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판이 목적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기다림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을 통한 기다림의 미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번역본 성경에는 ‘기다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셨다.”(메시지 성경) 기다림의 미학에는 ‘포기하지 않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기다리지 못하고 쉽게 포기합니다. 당장 계산해서 조금이라도 손해가 있게 되면 포기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셨다”라는 표현이 더욱 그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그 앞, 본문이 시작되는 한 단어 ‘그러나’에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도저히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저지른 우리를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시는 주님의 모습을 바라보면 기다림의 미학을 발견합니다.

기도 : 주님 우리를 기다려 주심같이 우리도 이 재앙들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김혁 목사(변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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