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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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 대박 만화가에서 주님 일꾼으로

입력 2021-12-13 03:10:01
곽원일 선교사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예수님의파레트교회에서 최근 그린 ‘십자가의 사랑-겨울, 그리고 봄, 여름, 가을’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삶의 계절 속에 주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모두와 함께 계시다는 걸 표현했다.
 
곽원일 선교사의 또 다른 작품 ㈜예수 그리스도.


구름 사이로 오픈카 한 대가 보인다. 언뜻 봐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누군가 타고 있다. 멀끔한 정장 차림의 예수다. 선글라스를 끼고 한 손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있다. 손목에는 롤렉스시계가, 머리엔 금관이 쓰여 있다.

곽원일(53) 선교사의 최근 작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설명이다. 곽 선교사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수를 주(主)가 아닌 주식회사로 믿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을 풍자했다. 그는 “주님(Adonai)을 믿는 게 아니라 맘몬(Mammon·재물) 예수를 믿는 듯한 한국교회에 울림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곽 선교사도 성공에만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 그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유명한 만화가였다. ‘일당백’이 대박을 치면서 일약 업계 톱 만화가가 됐다. 원고료도 권당 3000만원 가까이 됐다. 전국 대여점에 일당백이 들어갔고, 대여 순위도 늘 5위 안에 들었다.

지난 9일 만난 곽 선교사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는 건 올바르게 살아갈 지표가 없는 것과 같다. 인간의 욕구라는 게 예수 없이는 맘몬을 향해 간다고 본다. 저도 다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부까지 총 28권을 냈을 때였다. 100권까지를 목표로 3부를 막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곽 선교사는 “그즈음 한 친구와 말다툼을 했는데 제게 충고를 했다. 그렇게 살지 말라면서 하나님이 다 보고 있다 하더라.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태신앙인이지만 무신론자로 살았다. 그동안 하나님이 없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 친구 말에 덜컥 겁이 났다”며 “하나님이 진짜 있으면 안 되는데, 만약 있다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곽 선교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생사를 헤맸다. 죽음 문턱까지 가면서 신은 없다고 확신했다. 교회 발길도 끊었다.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널 살렸다고 했지만 곽 선교사는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곽 선교사가 친구의 말에 20년 만에 교회를 제 발로 찾았다. 그는 “서른 넘어 처음으로 교회를 갔다.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저녁예배를 드렸는데 그때 하나님 음성을 들었다”며 “그렇게 삶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곽 선교사는 그 후 3년을 하나님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보냈고 그 열정은 신학 공부로 이어졌다. 그는 일본 선교에 사명을 갖고 201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일본인 아내 ‘가와모토 마미’를 만났다. 48세라는 늦은 나이에 목사가 된 그는 현재 귀국해 서울 관악구에 교회를 개척해 사역하고 있다. 교회 이름은 ‘예수님의파레트교회’다. 곽 선교사는 “아내가 제가 그림을 그리니 ‘파레트 어떠냐’고 하더라”며 “물감 색이 다 다른 것처럼 우리 모두 인종 성격 다 다른 존재인데 예수님께서 만지시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 해서 예수님의파레트교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예수님의파레트교회 교인들은 몽골 일본 중국 등 국적이 다양하다. 곽 선교사는 사역과 더불어 웹툰 ‘레전드 일당백’을 준비 중이다. 주님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림을 시작한 곽 선교사는 텐트메이커로서 만화 작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글·사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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