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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향한 의구심에 목회자가 답하다] 종교는 인간 상상이 만들어낸 것인가

입력 2021-12-10 03:05:03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신석현 인턴기자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는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종교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질서”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후속작 ‘호모 데우스’엔 이렇게 적었다. 언젠가부터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창조하는 힘에서 반응하는 힘”만 과시하고 있다고.

하라리가 아니더라도 명망 있는 학자 중엔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가 수두룩하다.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는 ‘신, 만들어진 위험’ 말미에 이런 글을 적어두었다. “나는 우리가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성장함으로써 모든 신을 단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이 같은 주장들에 어떻게 응수해야 하는가. 하나님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논리는 무엇인가. 지난 3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를 찾아간 건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김병삼 목사는 ‘하나님의 존재=인간의 상상’이라는 견해에 대해 “인류사에서 계속 제기돼 온 주장”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인간은 바벨탑을 지을 때부터 끊임없이 신의 존재에 의심을 품었어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인간은 전쟁이나 전염병으로 절망에 빠지곤 했죠. 인간의 힘으로 뭐든 할 수 있다며 교만에 빠진 순간마다 처절하게 실패를 맛본 게 인류의 역사였어요.”

그러면서 대화는 과학을 대하는 기독교인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뻗어 나갔다. 신학과 과학의 관계가 대립이 아닌 공존의 구도를 띨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김 목사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과학은 그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밝힐 수 있으나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은 하나님만 알고 있다”면서 “하나님이 계시를 할 때만 그분의 뜻을 알 수 있다는 것, 그게 인간이 가져야 할 겸손한 태도”라고 말했다.

김 목사가 거듭 강조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성’이었다. 그는 “기독교가 힘을 잃은 이유는 크리스천들이 세상에 드러난 ‘현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의 본질은 ‘체험’이 아니라 하나님과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를 앞두고 준비한 자료를 건네줬다. 거기엔 영국 기독교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CS 루이스가 저서 ‘순전한 기독교’에 썼던 문구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과학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여러분의 외부에 있는 것들(현미경이나 망원경)인 반면 하나님을 볼 수 있는 도구는 여러분 자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물들의 배후에 무언가-그 사물들과 다른 종류의 무언가-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과학이 던질 질문이 아닙니다.”

“기쁨과 능력과 평화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그것을 가진 존재에게 가까이 가야 하며, 더 나아가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성남=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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